유엔, 자제 촉구…美, 키르 대통령에 가택연금 해제 요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수단에서 대통령의 정적인 리크 마차르 부통령이 가택연금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내전 재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군 지도자 출신인 마차르 부통령이 이끄는 수단인민해방운동-야권(SPLM-IO)의 팔 마이 뎅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밤 현지 언론에 보낸 영상에서 "부통령이 수도 주바의 관저에 감금됐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SPLM-IO 대외관계위원장 리스 무옥 탕도 전날 밤 성명에서 "오늘 국방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이 중무장한 차량 20여대와 함께 부통령 관저에 강제로 진입했다"며 "경호원들이 무장 해제됐고 체포 영장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차르 부통령이 이달 동북부 어퍼나일주 나시르 카운티에서 정부군과 충돌한 백군 민병대를 지원한 혐의로 아내와 함께 자택에 구금됐다며 이는 "2018년 평화협정의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의 니콜라스 헤이섬 대표는 마차르 부통령의 가택연금 소식에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을 발휘해 평화협정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평화협정의 파기는 남수단을 황폐화할 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의 아프리카국도 엑스(X·옛 트위터)에 "남수단의 지도자들이 평화에 대한 약속의 진정성을 보여줄 때"라고 적으며 키르 대통령에게 마차르 부통령의 가택연금 해제를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남수단은 석유 자원이 풍부하지만 국민은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았다.
2013년 키르 대통령이 마차르 부통령을 쿠데타 모의 세력으로 지목하며 본격화된 양측 간 갈등이 내전으로 번져 약 40만명이 숨지고 피란민 수백만명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 에티오피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에 서명했으나 이후에도 권력 분점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2020년 2월에야 연립 정부가 구성됐다.
키르 대통령은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한 이래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치를 예정이던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2년 후로 미루고 평화협정에서 합의한 과도기적 통치 기간을 또 한 번 연장했다.
이어 지난 4일 이후 부통령 측 장관과 군 장성을 잇달아 체포하고 부통령 관저 주변에 정부군을 배치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최근 다시 불거졌다.
어퍼나일주에서 마차르 부통령에게 충성하는 민병대와 정부군의 무력 충돌이 이어진 끝에 지난 7일 유엔 헬기가 공격받아 유엔평화유지군 승무원 1명과 정부군 여러 명이 사망하자 정부군은 현지 주민에게 소개령을 내리고 공습에 나서기도 했다.
마차르 부통령과 SPLM-IO는 백군 민병대와의 관계를 부인한다.
남수단에서 긴장이 고조되자 노르웨이와 독일 대사관은 문을 닫았고 영국과 미국 대사관은 최소한의 인력만 남긴 채 자국민에게 출국을 권고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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