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군인·부역자가 설립한 정당…적절성 논란 일면서 일부 연사 불참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반세기 전 나치 부역자들이 창립했던 프랑스 극우당의 대표가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반유대주의 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돼 논란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프랑스 극우당인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27일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정부 주최로 열리는 반유대주의 콘퍼런스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RN은 제2차 세계대전 나치 점령하 괴뢰정부인 비시정권의 나치 부역자와 전직 나치군인 등이 1972년 설립한 극우 정당 국민전선(NF)을 계승한 정당이다.
한때 반유대주의를 뿌리에 뒀던 정당의 계승자가 이스라엘 한복판에서 연설한다는 것은 얼마 전만 해도 이스라엘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십여년 전부터 반유대주의 발언을 통제하며 외연을 확장해 온 RN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의 친구'라는 입지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CNN은 "이스라엘이 나치의 과거에 눈을 감고 프랑스 극우를 받아들였다"면서 "정치 규범의 놀라운 반전"이라고 논평했다.
주류 진입을 원하는 유럽 전역의 극우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에 동조하는 무슬림을 악마화하면서 이스라엘에 러브콜을 보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결국 이들과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주프랑스 이스라엘 대사를 역임한 다니엘 셰크는 이스라엘의 디아스포라(해외 거주 유대인) 장관인 아미차이 치클리가 "유럽과 그 밖 지역의 극우 정당이 이스라엘의 자연스러운 동맹이라는 생각을 홍보해왔다"면서 "그들(극우 정당)이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하고 무슬림을 증오하는 한 그들의 모든 역사, 이념적 뿌리는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의 눈에 비친 유일한 반유대주의자는 무슬림과 극좌파"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RN이 '유대인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으로 여겨지는 등 프랑스에 사는 유대인에게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바르델라 대표를 초청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바르델라 대표가 콘퍼런스 참석이 확정되면서 몇몇 연사들은 불참을 선언했다.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26∼27일 진행되는 콘퍼런스의 개막 행사를 주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의 유대인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레비와 미국의 유대인 단체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 최고경영자(CEO)도 불참을 선언했다.
앙리-레비는 연설 취소 후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국민전선 창립자이자 고인이 된) 장 마리 르펜이 반유대주의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지도자가 있는 당이 (우리를) 보호해준다고 느끼기는 어렵다"고 RN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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