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사 단톡방' 또 시끌…트럼프 특사, 러 도착 직후 채팅 초대

연합뉴스 2025-03-27 20:00:06

미국인 53% "미사일 타격 유출, 매우 심각"…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때보다 높아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우크라이나·중동 특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안보 수장들이 사설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에서 미사일 타격을 논의한 사건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드는 가운데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가 러시아 도착 직후 문제의 채팅방에 초대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문제의 시그널 메신저는 그간 러시아가 여러차례 침투를 시도해온 표적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가라앉지 않게 됐다.

미 CBS 방송은 26일(현지시간) 항공 데이터와 러시아 언론 보도를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위트코프 특사가 다른 안보 당국자들과 시그널로 단체 채팅을 하는 동안 러시아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항공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 시각으로 지난 13일 낮 12시 30분께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그런데 약 12시간 후 위트코프 특사가 '후티(예멘의 친이란 반군) PC 소그룹'이라는 이름의 시그널 채팅방에 추가됐고, 이후 이 채팅방에서는 미 당국자들이 예멘 후티 반군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위트코프 특사가 14일 오전 2시께 모스크바를 떠나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경유해 미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채팅방에서 발언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당시 채팅방에 의도치 않게 초대됐던 미 시사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아직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소식통들은 CBS에 위트코프 특사가 러시아로 가져간 기기에는 시그널이 설치돼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트코프 특사는 모스크바에 있을 때 개인 기기나 정부 지급 전화를 소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위트코프 특사는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기밀 보호 서버에 접속했고, 러시아 체류 중에는 통신에 매우 신중했다"고 말했다.

민간 메신저 시그널

시그널은 보안성이 뛰어나고, 모든 메시지에 종단간 암호화(E2EE)가 적용돼 해커가 메시지를 중간에서 가로채더라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구글 위협 인텔리전스는 지난달 러시아 측 해커들이 시그널 계정을 침해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이버 보안 컨설턴트 닐 애시다운은 플랫폼의 안전성을 따지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CBS에 "그러한 환경에서 그 앱을 사용해서 해당 수준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정책과 프로세스에 부합하는지가 논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위트코프 특사가 시그널 채팅방에 있을 때 정부 지급 기기를 썼는지 개인 기기를 썼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정부 기기에서 시그널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장해왔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자신은 러시아 방문 기간 정부가 제공한 보안 전화만 소지했고, 돌아올 때까지 개인 기기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미 언론과 의회의 파상 공세 속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자들을 두둔하며 논란 진화에 애쓰고 있지만, 여론은 심상치 않다.

최근 몇년간 미 정가에서 터진 각종 보안 유출 논란 중에서도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고위 안보 당국자들의 '시그널 채팅방' 사건에 대한 여론조사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5일 미국인 5천9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4%가 이번 시그널 채팅 논란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심각하다'는 전체의 53%, '다소 심각하다'는 21%였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혐의 기소 등 과거 사건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이 기밀 사항을 담은 업무 관련 소통을 하면서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사실이 2015년 처음 공개됐을 당시, 유고브와 CNN 여론조사에서 이를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본 응답자는 30∼38% 수준이었다. 가장 높은 응답률도 2022년 43%에 그쳤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률은 각각 40%대, 30%대였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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