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 분향소 설치…시신 인도 지연에 유족들 안타까움 토로
(의성=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결국 형님을 뵙지 못했습니다."
의성 '괴물 산불' 진화 도중 헬기 추락 사고로 희생된 고 박현우 기장.
박 기장의 친동생 박모(69) 씨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통화 내내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던 그는 "가족들 모두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태인데 시신 훼손이 너무 심해 자칫 우려스러운 일이 생길까 봐 참았다"고 말했다.
박현우 기장의 부인과 자녀들, 동생 등 유가족 10여명은 전날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시신이 안치된 의성군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박 기장이 안치된 곳에서 하루를 머문 이들은 당초 이날 부검을 마치고 고인을 옮기려 했으나, 일정이 하루 미뤄지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40년 비행 경력의 베테랑 기장이었던 박 기장은 육군항공대 소속 헬리콥터 기장으로 오랜 기간 복무하다 전역 후 임차업체에 재취업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평소 투철한 애국심과 신앙심으로 본인의 업무인 비행에 책임감이 대단히 강했다고 한다.
사고 직전 민가로 향하던 헬기가 급격히 방향을 틀어 야산으로 추락했다는 목격자 전언에 대해서는 "평소 성격을 보면 당연히 그랬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 기장은 산불 진화 등 출동이 잦은 봄·가을철에는 계속 대기상태로 바쁜 가운데서도 가족들을 살뜰히 챙기고 여름철에는 동생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박 씨는 "사고 전날 형님이 전화를 안 받아서 형수님과 통화하며 강원도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속으로 항상 형님을 응원했는데 그때 재차 전화를 못 드린 것도 너무 후회되고 마음이 착잡하다"고 밝혔다.
의성군청은 박현우 기장을 애도하기 위한 분향소를 설치하고 오는 29일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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