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관련 품목번호만 60여개…작년 대미 수출액 최대
"현대차그룹 현지 조달 늘릴 듯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홍규빈 기자 = 미국이 25% 관세 대상에 자동차 핵심 부품을 포함하면서 국내 부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현재 발표된 수준에서만 보더라도 악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자동차 관세와 관련,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전동장치) 부품, 전기 부품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부과 시점은 '5월 3일 이전'으로 자동차 관세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발표 시점이 빨랐다"고 당황해하면서 "정확한 현황과 적용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들과 상황을 공유하고 시나리오별 영향과 대안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정부 부처, 완성차업체 등과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백악관에서 밝힌 '핵심 부품'의 정확한 HS코드(품목번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면서 "그다음에 미국으로 수출되는 규모를 파악한 뒤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이 워낙 다종다양하다 보니 실제 관세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조합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분류코드(MTI)에서 총 64개의 HS코드가 자동차 부품으로 분류돼있다.
일단 백악관이 지칭한 부품 중 하나로 추정되는 '차량용 엔진 및 그 부분품'(HS코드 8409911000·9409997000 기준)의 작년 대미 수출액은 4억7천400만달러인 것으로 확인됐다.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이 관세 대상으로 번복됐던 것처럼 향후 유동적인 상황을 잘 지켜볼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87개 파생상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했으나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이를 뒤집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당시 자동차 부품이 제외되는 것처럼 얘기했다가 결국 포함됐던 것처럼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범위가 아직 확정적이진 않다고 하더라도 이번 관세 발표가 부품업계에 악재라는 점은 업계 전체적으로 공감한다.
조합이 분석한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천2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총 225억4천700만달러로 대미 수출 비중(36.5%)이 가장 컸다.
업계 관계자는 "대미 수출의 60∼70%는 현대차·기아, 20∼25%는 글로벌 업체, 나머지는 AS용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현대차그룹이 장기간 거래해온 한국 부품을 단기간 내 북미산으로 변경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결국 현지 조달 비율이 증가할 것이고 비계열 중소 부품사의 경영압박이 가중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허윤 서강대 교수도 "현대차그룹이 서서히 부품과 소재의 현지 조달과 생산 비중을 높여갈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한국 대기업의 현지 시장 위주의 투자와 공급망 재편이 가져올 국민 경제적 후폭풍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윤석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 팀장은 이날 열린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세미나에서 "부품 산업계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관련 기관을 통해 다각적인 의견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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