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0년 LPG 역사에 LNG 날갯짓…SK가스 'LNG 밸류체인' 가보니

연합뉴스 2025-03-27 17:00:02

KET·울산GPS 본격 가동…'넷 제로 설루션 프로바이더' 비전 첫발

"2034년 메이저 LNG 사업자로 도약"…먹거리로 LNG 벙커링 등 선점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LNG 하역 설비

(울산=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지난 25일 국내 최대 산업단지가 인접한 울산 북항. 푸른 바다와 맞닿은 부두에 도착하니 파이프라인을 혈관처럼 두른 액화천연가스(LNG) 하역 설비가 위용을 드러냈다.

미국, 중동 등에서 선박을 통해 들어온 LNG는 울산 최초의 LNG 터미널인 이곳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도착해 배관을 타고 저장 탱크로 옮겨진다.

작년 11월 준공식을 한 KET는 한국석유공사와 SK가스가 합작해 건설한 LNG 터미널이다. LNG 수요가 풍부한 울산에 위치해 대형 에너지사와 석유화학사, 발전사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현관 KET 건설관리팀장은 "LNG는 저탄소 시대에 더욱 주목받는 차세대 에너지로, LNG 터미널은 LNG의 안정적인 도입과 수요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라며 "KET에는 하역, 저장, 기화, 송출할 수 있는 설비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LNG 저장 탱크 내부

KET의 LNG 저장 탱크 1기의 지름은 90.6m, 높이는 54.7m. 장충체육관(지름 80m·높이 26m)보다 큰 규모로, 탱크 1기의 용량은 21만5천㎘에 달한다.

공사 중인 탱크 내부로 들어가 보니 거대한 원형 홀과 형태는 유사했고, 구조물 없이 텅 빈 내부 벽면을 9% 니켈 특수합금강으로 견고하게 두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추후 내부 공사를 마치고 입구를 막은 뒤 배관을 연결하면 탱크에는 LNG 10만t이 채워지게 된다.

앞서 완공된 탱크 2기에 공사 중인 1기를 더해 총 3기의 탱크에 저장되는 LNG는 해수식 기화시설을 거쳐 SK에너지, 에쓰오일, 고려아연, 울산GPS 등으로 공급되고 가정으로도 보내진다.

이성모 KET 부사장은 "총 6기의 탱크가 완공되면 2034년까지 천연가스 수요의 13.7%를 공급하는 국내 메이저 LNG 사업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GPS LNG·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

KET에서 연간 90만∼100만t의 LNG를 공급받는 울산GPS는 이 LNG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발전 용량은 1.2GW(기가와트)로, 280만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SK가스의 자회사인 울산GPS는 작년 12월 상업 가동을 시작한 LNG·액화석유가스(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로, 최신 가스터빈 2기와 스팀터빈 1기로 구성돼 발전 효율이 높다.

특히 주 연료인 LNG의 가격이 높을 때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LPG를 사용할 수 있어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클 때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조승호 울산GPS 대표는 "울산GPS는 최신 고효율 설비를 기반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기여할 것이며, 추후 수소 혼소를 거쳐 전소를 통해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ET 준공식에서 기념사 하는 윤병석 SK가스 대표

SK가스는 KET와 울산GPS를 통해 LNG 도입부터 저장, 공급, 발전·판매까지 연결하는 'LNG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하고 '넷 제로 설루션 프로바이더(Net Zero Solution Provider)'로 도약할 방침이다.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는 LNG·발전 사업 첫해인 만큼 지난 40년간 LPG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전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SK가스는 LPG와 LNG·발전이라는 양 날개 또는 두 개의 엔진으로 날아오를 것"이라며 "향후 LNG 벙커링, 수소, 암모니아, 해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까지 연계해 '넷 제로 설루션 프로바이더' 비전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SK가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벙커링 전용 부두를 확보해 유류 선박 연료를 LNG로 대체 공급하는 LNG 벙커링 사업을 준비 중이며, LNG 냉열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윤 사장은 트럼프 신정부의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미국과의 거래는 피할 수 없다"며 "비즈니스적으로도 LNG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서 미국 LNG가 필요하고, 앞으로 모든 LNG 회사가 미국을 더 중요하게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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