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든 수입산 자동차와 핵심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계는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하며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반면 노동계는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데이터 분석회사 오토포캐스트 설루션의 샘 피오라니 부사장은 "명확히 승자와 패자가 있을 것"이라면서 캐나다·멕시코 등 해외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은 실적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봤다.
◇ 머스크 "테슬라에도 부품비용 여파 작지 않아"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의 티파니 스미스 부회장은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는 국제적으로 통합된 공급망과 시장에 기대어 성공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과 수출 준비 상태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에 집중하고 미국에서 수출용 차량을 만드는 업체들의 시장 개방 기회를 우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자동차 업계 행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차량 판매가격이 많게는 수천만원 오르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부품 관세로 인해 차량 수리와 보험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테슬라는 미국 내 판매 차량을 전량 미국에서 생산하는 만큼 이번 관세가 호재라는 관측이 있지만, 일론 머스크 CEO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테슬라가 다치지 않는 게 아님을 짚는 게 중요하다. 관세 영향이 여전히 상당하다"면서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가 부과되는 만큼) 해외에서 오는 부품의 가격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비용 영향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미국의 무역상대국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대응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맞대응을 시사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요점은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하며 25% 관세를 일본에 적용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미자동차 노조, 기업들에 "美로 양질의 일자리 돌려놔야"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겠다고 내세우는 만큼 노동계는 환영하고 있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최대 노동조합 가운데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숀 페인 위원장은 "자동차 노동자들의 승리"라면서 "수십년간 노동자 계층을 파괴한 자유무역 재앙을 끝내기 위해 나선 트럼프 행정부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전역의 자동차 노동자들과 블루칼라 계층을 위해 옳은 방향으로 가는 주요한 조치"라면서 "이제 미국 '빅3' 업체와 폭스바겐 등 제조사들이 양질의 노조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관세로 미국 내 많은 공장이 생길 것이라면서 "고용 측면에서 본 적 없는 숫자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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