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휴전 조건으로 SWIFT 복귀 내세워…유럽 동의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부분 휴전과 관련해 자국 금융기관 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이 방안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국제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복귀시킬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러시아를 국제 시스템으로 복귀시키는 데에 대해 긴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협상을 하기 전에 그 조건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제재 완화가 "러시아 지도부의 다음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중재로 에너지 인프라 부문에 대한 30일간 부분 휴전에 대한 합의에 이어 이의 연장선에서 흑해에서의 휴전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러시아 식품과 비료 수출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해제된 이후에야 합의가 이행될 것이라고 선결 조건을 내놨다.
이에 따라 이들 합의의 발효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과 농산물 수출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풀고 이들 기관을 SWIFT에 재연결해야 합의의 효력이 생긴다며 국영 농업은행 등에 대한 서방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3천억 달러(약 439조 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동결했고, 러시아 은행들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가 SWIFT에 재가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벨기에에 본부를 둔 SWIFT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동의가 필요하다.
러시아 타스 통신도 "제재를 해제하고 러시아 금융 기관을 SWIFT에 다시 연결하는 것은 유럽이 결정해야 한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대서양 건너에 있는 파트너(유럽)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이 이에 동의해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아니타 히퍼 EU 외교안보담당 수석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침략이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조건 없이 철수하는 것이 대러시아 제재를 개정·해제하는 주요 전제 조건"이라며 당장은 러시아의 제재 해제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러시아의 휴전 관련 선결 요구사항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자메이카를 방문한 루비오 장관은 "(사우디에서) 회담 후 러시아가 원하는 여러 조건을 자세히 설명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당국자들이 "러시아의 입장이 무엇인지, 그들이 대가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제시할 것"이라며 그 뒤 다음 단계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 러시아가 요구한 내용이 EU의 제재 해제와 관련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