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하이 모터쇼' 개최권 갈등…"참가 자동차기업들 혼란"

연합뉴스 2025-03-27 15:00:23

중국무역촉진회 자동차분회-상하이분회 간 법정 공방 지속

2023년 상하이 모터쇼에 전시된 중국 자동차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상하이 모터쇼'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개최권 분쟁이 이어져 참가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27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 모터쇼를 놓고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자동차분회'(이하 자동차분회)와 '상하이시 국제무역촉진위원회'(이하 상하이시분회)가 서로 자기 단체에 개최권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는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사회단체다. 이 단체의 업종별 산하 단체인 '자동차분회'와 지역별 단체인 '상하이시분회'는 종속 관계가 없다.

두 단체의 개최권 갈등은 작년 8월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상하이시분회는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함께 '2025 상하이 모터쇼' 준비 기자회견을 열면서 직전 모터쇼까지는 주최 단체에 포함됐던 자동차분회를 뺐다.

이에 자동차분회는 2002년 상하이시분회 등과 모터쇼 협력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며 반발했고, 두 단체는 지난해 9월 서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하이시분회는 올해 2월 2002년 합의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1심 판결을 받았으며 자동차분회는 1심 판결에도 여전히 주관 단체임을 주장하면서 자동차업체들을 '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자동차분회는 주관 단체 자격이 있다며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상하이 모터쇼 공식 홈페이지에는 상하이시분회 등이 작성한 성명이 올라와 있었다.

성명은 "권한 없는 개인과 기관이 '상하이 모터쇼 주관 단체' 혹은 '공식 지정 단체'의 이름을 써 전시 모집을 하고 기업 등록과 부스 예치금을 받는다는 점을 파악했다"며 "경찰에 이런 상황을 신고했고, 법적 수단으로 수많은 전시 기업의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두 단체의 다툼이 이어지면서 참가 업체들은 난처한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차이신에 따르면 참가 업체들은 이달 14일과 16일, 18일, 24일에 상하이시분회와 자동차분회가 각자 자기 입장을 담아 보내온 서신을 받았다.

한 참가 예정 업체 관계자는 "현재 전시 편람 두 개, 전시관 신청서 두 개, 계약서 두 개를 갖고 있다"며 "모두가 관망하고 있고, 자동차업체들은 (전시) 계약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 인사는 "자동차분회와 상하이시분회가 모두 부스 계약을 촉구하며 기한 초과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기업은 어느 한쪽의 기분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매우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차이신은 갈등의 근원이 시장 구조의 변화에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모터쇼는 1985년 창설돼 올해로 21회째를 맞는다. 짝수 해에 열리는 베이징 모터쇼와 번갈아 2년마다 열린다.

초기에는 여러 주관 단체가 조직위원회를 만드는 방식으로 행사를 운영했고, 수입은 몇 단체 간의 협의에 따라 분배했다.

한 관계자는 상하이 모터쇼가 자리를 잡고 명성을 얻는 데는 자동차분회의 도움이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짚었다. 자동차분회가 다국적 자동차기업과 합자기업들을 모으면 상하이시분회는 중국 자체 브랜드들을 모으는 식으로 '분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브랜드들의 숫자와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런 분업이 모호해졌고, 자동차분회가 상하이시분회에 부스 비용 지급을 늦추면서 갈등이 커졌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재판 2심을 맡은 상하이시 고급인민법원이 이달 24일 심리를 개시한 만큼 내달 상순은 돼야 분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상하이 모터쇼는 내달 23일부터 5월 2일까지 개최된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