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 BNK, 왕조의 서막일까…박정은 감독 "잘 이어가보겠다"

연합뉴스 2025-03-27 14:00:15

"이이지마 자리 메울 국내 식스맨 성장 중요…플레이 다양성 원해"

늘어나는 여성 지도자엔 반색…"이미지 잘 구축하고 영향력 보이고파"

미소 짓는 박정은 감독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아요. 가능성 많은 선수들과 함께 이 걸음을 잘 이어갈 수 있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다양한 기록과 함께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박정은 감독은 "BNK가 여자농구의 새로운 '왕조'를 이룰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BNK가 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한 지 일주일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박정은 감독은 "여전히 얼떨떨하고, 정신이 없고, 시즌보다 더 피곤한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저보다 주위에서 더 많이 좋아해 주시고 축하해주시니 뭔가 이루기는 했구나 실감이 난다"며 웃었다.

박 감독이 이끄는 BNK는 2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을 꺾고 시리즈 3연승으로 이번 시즌 여자농구 챔피언에 올랐다.

2019년 창단한 BNK의 첫 우승이자, 박 감독에게도 프로 사령탑으로 첫 우승이었다.

선수 시절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던 박 감독은 국내 여자프로농구 사상 첫 여성 사령탑 우승, 최초의 '선수·감독으로 모두 우승'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우승 헹가래

박 감독은 "우리 팀은 선수들의 각자 기량이 좋은데, 특히 우승에 목말라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각자 양보하며, 맞추며, 자기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팀에서 해야 하는 역할에 집중한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짚었다.

함께 만난 BNK의 주장 박혜진과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안혜지도 "경기에 뛰든, 뛰지 않든 선수들이 승리라는 목표 하나만 보며 희생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 감독의 우승은 여성 지도자, 나아가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안겼다.

박 감독은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는 외롭고 어색했는데, '큰 첫걸음을 잘 내디뎌줘서, 너로 인해 더 많은 후배가 길을 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보람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박혜진은 "감독님이 여기까지 오시며 무척 힘드셨을 것 같다. 감독님의 영향으로 여자 지도자에 대한 편견이 바뀌고, 더 많아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했고, 안혜지는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길을 따라가 보겠다"며 '쌍 엄지'를 들어 올렸다.

BNK의 박정은 감독과 박혜진, 안혜지

최근 인천 신한은행이 만 39세 최윤아 감독을 선임하고, 정선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부천 하나은행 수석코치로 현장에 돌아오면서 다음 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선 어느 때보다 여성 지도자들의 활약이 주목된다.

"지금의 상황엔 제 '지분'이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미소 지은 박 감독은 "새로 오신 분들께는 '어서 오시라. 잘해보자'고 연락드렸다. 새로운 분들과 여성 지도자의 이미지를 잘 구축하고, 영향력을 좀 더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이 말하는 '이미지'와 '영향력'은 경기력이나 결과와 무관할 수 없다. 이번 시즌의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박 감독의 머릿속엔 이미 다음 시즌 구상이 시작됐다.

BNK는 아시아 쿼터로 합류해 우승에 단단히 한몫한 일본 선수 이이지마 사키와 다음 시즌까지 함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1992년생으로 은퇴를 고민 중인 이이지마가 6월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 참여하더라도 우승팀 BNK는 규정상 후순위에 지명하기에 이이지마를 선발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로 판단하는 것이다.

인터뷰하는 박정은 감독

박 감독은 "그 조각에 맞게 현재 있는 선수 중에서 (이이지마의 자리를) 메울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 이번 시즌 팀의 변화가 컸고 오랜 기간 선두를 달리면서 식스맨들의 출전 시간이 줄었는데, 그런 선수들을 성장시켜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계획을 갖고 있다. 새로운 아시아 쿼터 선수가 오더라도 국내 식스맨들을 활용해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정통 센터가 없는 '스몰볼'로 팀을 왕좌에 올려놓은 그는 개인적으로는 정통 빅맨이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펴기도 했다.

"팀의 신장이 작다 보니 (박)혜진이가 상대 빅맨을 막으면서 수비 부담을 가졌고, 코트에서 활동량도 많아지다 보니 주전 선수들 위주로 뛰었을 때 약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플레이에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색깔을 입히고 싶다"면서 "있는 선수 중에 최상의 조합,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을 잘 만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