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 줄 알았던 운명…함정임 5년 만의 소설 '밤 인사'

연합뉴스 2025-03-27 14:00:14

'밤 인사' 책 표지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미나는 2년 전 프랑스 니스를 여행할 때 경험한 일을 뼈대로 단편소설 '어떤 여름'을 쓴다. 이 소설이 문예지 신인 공모에 당선되고 미나는 작가가 된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처럼 미나는 작가 데뷔 후 1년 반 동안 폭풍에 휩쓸리듯 소설 쓰기에 빠져든다. 다섯 번째 단편 소설을 탈고하던 어느 새벽, 니스에서 만났던 장에게서 메일이 온다.

미나는 자기가 작가가 된 사실을 알릴지 망설이다가 답장 말미에 '어찌 된 우연인지, 나는 작가가 되었다'라고 쓴다. 그 소식을 접한 장은 미나의 글에서 '우연'을 '운명'으로 바로잡는다.

함정임(61)의 신작 소설 '밤 인사'는 미나와 장, 윤중 세 사람의 우연한 만남을 다룬다.

미나가 우연한 계기로 떠난 여행과 만남을 소설로 써서 작가로 데뷔한 것처럼, 장과 윤중이 미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이었으나 이들이 미나와 가까워진 것은 노력과 의지의 결과였다.

장은 2년 전 니스행 열차에서 미나를 우연히 처음 만난 뒤 미나의 밤 인사 "잘 자요"라는 음성을 잊지 못해 다시 미나에게 연락하고, 결국 미나와 재회한다.

윤중은 '파라-n'이라는 이름의 독서 모임에서 만난 미나가 "이대로, 어디든"이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미나의 손목을 잡고 울주에 있는 간절곶으로 훌쩍 떠나며 한층 가까운 사이가 된다.

이 소설은 함정임이 2020년 소설집 '사랑을 사랑하는 것' 이후 5년 만에 펴낸 신작이다. 2015년 출간한 소설집 '저녁식사가 끝난 뒤'에 실린 단편 '어떤 여름'의 이야기를 확장했다. '어떤 여름'은 미나와 장이 여행길에 우연히 만나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함정임은 '작가의 말'에 "단편소설에는 행간마다 크고 작은 사정과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며 "'어떤 여름'의 그(장)는 왜, 살면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 이국의 낯선 그녀(미나)에게 말을 걸게 되었을까"라고 적었다.

간절곶, 파리, 부르고뉴, 세트, 페르피냥, 포르부, 부산 등 여러 도시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작품은 현실적인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각 인물의 내면이나 과거 행적과 관련 있는 인문·철학 서적과 문학 작품의 제목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 책들 속 문장이 자주 인용돼 다소 난해하게 읽힌다.

열림원. 180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