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시그널 게이트'…트럼프 "마녀사냥" 사태 진정 안간힘

연합뉴스 2025-03-27 13:00:19

"아무 피해도 끼치지 않아" 항변…공화당 내에서도 우려 제기

美 국무 "누군가 큰 실수"…정보 수장들, 하원 청문회서 '난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미국 정부 고위 안보 당국자들이 민간 메신저 채팅방에서 전쟁계획을 논의하고 이를 유출했다는 논란이 게이트급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해당 논란은 "모두 마녀사냥"이라면서 재차 관련자를 감싸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채팅방 논란'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당시 채팅방에서 논의했던 예멘 후티 반군 공습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날 백악관의 진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쟁계획 채팅방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커지자 재차 사태 진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미군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민간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에서 논의하고, 이 과정에서 실수로 언론인을 채팅방에 초대해 기밀을 유출했다는 논란은 미국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시그널 게이트'로 명명하면서 책임자에 대한 사퇴 필요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전날 백악관은 해당 채팅방에서 기밀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날 채팅 내용 전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메신저 시그널과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로고

앞서 이번 일이 "심각한 일이 아니"라며 책임자로 지목된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재신임 의사를 확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관련자들을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일로 민주당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에 직면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 대해 그가 "훌륭한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채팅방에 외부인인 제프리 골드버그 애틀랜틱 편집장이 초대된 경위에 대해서도 당국자의 실수가 아닌 시스템 보안 취약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시그널 앱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골드버그 편집장이 다른 경위로 채팅방에 들어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채팅방에 골드버그 편집장을 초대한 것으로 알려진 왈츠 보좌관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면서도 골드버그 편집장이 "고의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서 그랬는지를 알아내려 노력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채팅방 전문이 공개된 상황에서 여전히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이 내가 들은 바"라면서도 "확신은 못 하겠다. 정말 모르겠다"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보좌관들이 여전히 사태를 축소하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 일관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의 직설적인 화법과 달리 이번 일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자 일부 트럼프 충성파 인사들 사이에서도 실망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자메이카 순방 중에 한 기자회견에서 자신도 해당 채팅방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누군가 큰 실수를 저질러 언론인을 (채팅방에) 초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지만, 거기에 있어서는 안됐다"면서도 "국방부는 그 채팅방의 내용이 어떤 생명이나 임무도 위험에 빠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거기에 전쟁 계획은 없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이날 미 의회에서 열린 하원 정보위원회 연례위협평가 청문회에서도 '시그널 게이트'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하원 정보위 청문회 출석한 랫클리프 CIA 국장과 개버드 DNI 국장

하원 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시그널 채팅방 참석자인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전날 상원 청문회에서 거짓 해명을 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하원 정보위 간사인 짐 하임스 의원(민주·코네티컷)은 이날 청문회장에서 언론에 보도된 채팅방 대화 내용 전문을 그대로 가져와 읽으며 두 사람에게 "어제 한 진술을 되돌아보고 싶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에 개버드 국장이 전날 진술이 기억에 기반한 것이라 부족할 수 있다고 말하자 하임스 의원은 "단 2주만에 채팅방에서 본 내용을 잊었다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개버드 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채팅방 사태가 '실수'였다고 인정했으며, 왈츠 보좌관이 이 사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공화당과 백악관 내부에서도 사태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일부 공화당 고위 상원의원들은 상원 정보위를 비롯해 여러 위원회에 '시그널 게이트' 사태 경위 조사를 초구하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의원(공화·미시시피)은 국방부 감사실에 사태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isef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