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모든 선택지 검토…관세 적용 배제 강력히 요청 중"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미국의 환심을 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공세를 피하려는 전략을 취해온 일본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에도 추가 관세를 물게 되는 상황에 몰리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말의 기대감이 꺾인 데 따른 실망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항 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은 27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차도 관세가 징수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에 예고한 대로 25%의 관세를 4월 3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NHK는 "미국에 많은 차를 수출하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경영에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고 아사히신문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NHK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피할 유일한 방법은 미국 내에 공장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지난 24일 발표한 내용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의 이런 반응은 무엇보다 자동차가 일본의 대미 전체 수출에서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21조2천951억엔(약 202조원)으로, 이 가운데 자동차(6조261억엔)가 전체의 28.3%를 차지했다. 자동차 부품(1조2천312억엔)까지 합치면 비중이 34.0%로 늘어난다.
하지만 관세가 오르면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고 수요도 줄면서 대미 자동차 수출의 감소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노무라증권은 신차의 평균 가격이 1% 상승할 때마다 수요는 2%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가와사키 겐이치 교수는 미국이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에 관세 25%를 부과하면 일본 내 관련 제품 생산량이 5.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08% 줄어들게 된다.
노무라종합연구소도 미국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실질 GDP 기준 성장률이 2년간 0.2% 정도 하향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대미 투자 등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강조하면서 추가 관세 조치의 예외를 미국 정부에 그동안 요구해왔다.
심지어 미국이 지난 12일부터 부과하기 시작한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에 자국산 제품이 포함되고서도 유감의 뜻만 밝히고 계속해서 관세 제외를 미국 측에 요청한다는 대응 전략을 취해왔다.
그러나 철강·알루미늄과는 달리 자국 경제에 비중이 큰 자동차도 결국 관세를 물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되자 보복 관세 같은 대항 조치의 필요성이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열린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 의원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상대로 "세계 각국은 대항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며 "일본도 대항 조치를 포함해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가 트럼프 집권 1기 시절인 2019년 맺은 미일 무역협정을 위반한 것일 수도 있다며 "미국은 식물방역으로 수입하지 않는 감자에 대해서도 수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모든 선택지가 당연히 검토 대상"이라면서도 "요점은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하며 25% 관세를 일본에 적용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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