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 2명 효과…작년 타격 꼴찌서 '불방망이'로 변신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수비라인에서 3골을 먹으면 공격에서 4골 넣으면 된다."
20년 전 한국 축구대표팀을 지휘했던 조 본프레레 감독이 2006 독일 월드컵 지역 예선을 앞둔 2005년 5월 24일 파주 대표팀 훈련 소집 때 한 말이다.
이 말은 한국 축구를 넘어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는 모든 스포츠 종목에 적용하는 '밈'(인터넷 유행어·meme)으로 지금도 쓰인다.
시즌 초반 키움 히어로즈의 야구를 가장 설명하는 한 마디가 '3골 먹으면 4골 넣는다'다.
키움은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방문 경기에서 난타전을 벌인 끝에 17-10으로 이겼다.
이날 장단 21안타를 몰아친 키움은 시즌 1호 선발 타자 전원 득점과 2호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달성했다.
개막 3연패를 당했던 키움은 KIA를 잡고 천신만고 끝에 시즌 첫 승리를 수확했다.
개막 후 4경기를 치른 키움은 팀 타율 0.350으로 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1위를 달린다.
지난해 팀 타율 0.264로 리그 꼴찌를 했던 키움은 올 시즌 초반 몰라보게 달라진 파괴력을 뽐낸다.
키움이 올해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가장 큰 배경에 외국인 타자 2명이 있다.
지난 시즌 아리엘 후라도(현 삼성 라이온즈),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현 kt wiz) 등 정상급 외국인 투수 2명을 보유하고도 빈약한 공격력으로 순위표 꼴찌에 그친 키움은 올해 10개 팀 중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 2명을 영입했다.
루벤 카디네스는 올 시즌 타율 0.500(16타수 8안타), 2홈런, 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488, 야시엘 푸이그는 타율 0.412(17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 OPS 1.088로 활약 중이다.
언제든 장타를 터트릴 수 있는 외국인 타자 2명이 중심 타선에 자리 잡으면서, 키움은 푸이그∼이주형∼카디네스∼송성문∼최주환이라는 가공할만한 1∼5번 타순으로 상대 투수를 압박한다.
여기에 4경기에서 타율 0.857(7타수 6안타)을 친 전태현과 데뷔전 첫 타석 홈런의 주인공 여동욱, 마찬가지로 데뷔전에서 홈런을 친 어준서 등 신인 선수들이 돌아가며 하위 타선에서 활약해 빈틈을 채운다.
키움의 고민이라면 마운드다.
4경기에서 모두 두 자릿수 실점한 키움의 팀 평균자책점은 10.64로 리그 최하위다.
선발 투수로 나선 케니 로젠버그(3이닝 8실점), 하영민(3이닝 5실점 4자책), 김윤하(5이닝 8실점 7자책), 정현우(5이닝 6실점 4자책) 등 1∼4선발 모두 고전했다.
나머지 9개 구단이 외국인 투수를 2명씩 기용한 것과 달리, 키움은 로젠버그 한 명뿐이라 선발진의 동반 침체가 더욱 뼈아프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키움의 팀 타율은 내려가고, 팀 평균자책점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2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친 키움이 올해 돌풍을 일으키려면,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대로 마운드 안정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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