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엔진·멕시코 조립…관세 대상 '외국산車' 구분 어떻게

연합뉴스 2025-03-27 12:00:07

부품 비율로 산정한다지만 글로벌 공급망 복잡해 따지기 어려워

멕시코서 생산된 차 부품 50%가 미국산이면 관세는 25%의 절반 부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는 화물트럭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산이 아닌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다음달 3일부터 부과하겠다고 26일(현지시간) 밝힌 가운데 '미국산'과 '외국산'을 구분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중 약 50%는 외국산이며, 외국산 중 절반은 캐나다산이나 멕시코산이다.

미국에서 조립되는 '미국산' 자동차라고 하더라도 수입 부품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에 '순수한 미국산 자동차'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CNN에 따르면 '미국산' 부품의 비율이 75%를 넘는 차종은 단 하나도 없다.

게다가 이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됐지만 규정상 미국산과 동등하게 간주해주는 부품들까지 포함해서 따진 것이므로, 앞으로 적용되는 규정이 바뀌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 후 보충설명을 통해 USMCA 적용을 받는 캐나다산과 멕시코산 부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일단 관세 부과를 유예하되, 향후 상무부 장관이 관련 절차를 수립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산과 동등하게 간주돼 온 USMCA에 따른 캐나다·멕시코산 부품도 앞으로 외국산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인기 자동차 몇 종의 예를 들어 '미국산'과 '외국산'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24 쉐보레 블레이저'는 멕시코 공장에서 조립되지만, 핵심 부품들인 엔진과 변속기는 미국에서 생산된다.

멕시코 소재 GM 공장의 모습

닛산의 '알티마' 세단은 테네시와 미시시피에서 조립되지만, 이 차종의 터보 버전에는 일본에서 생산된 2L 엔진과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된 변속기가 들어간다.

미국에서 팔리는 도요타의 준중형 SUV 'RAV4' 중 대부분은 미국에서 엔진과 변속기가 생산돼 일단 캐나다로 보내진 후 완제품으로 조립돼 미국으로 수입된다.

캐나다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되긴 하지만, 가격으로 따지면 약 70%의 부품이 미국 국토에서 생산된 미국산이다.

이와 반대로 닛산의 '로그' SUV는 미국 테네시주 스머나의 공장에서 조립되지만, 부품 원산지로 보면 25%만 미국산이고 나머지는 외국산이다.

2024년 버전의 경우 엔진은 일본산이고 변속기는 멕시코산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앞으로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들에 대한 관세는 그 안에 포함된 미국산과 비미국산 부품의 비율에 따라 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차에 포함된 부품 중 50%가 미국산이고 50%가 외국산이라면, 이 차에 대해서는 외국 차에 부과되는 25%의 절반인 12.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들의 대부분은 멕시코, 일본, 한국, 캐나다, 독일 등 5개국에서 만들어지며, 이 중 멕시코, 캐나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차들과 부품들은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가 면제돼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런 복잡한 공급망 문제를 무시하고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은 상당히 큰 폭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 방송은 미국 국내 공장에서 조립되는 자동차의 생산 비용이 대당 3천500∼1만2천 달러(510만∼1천800만 원) 증가할 것이라는 싱크탱크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의 분석을 소개했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