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화전서 공 100개로 역투…프로 15년 차에 첫 완봉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완투를 권하지 않는 시대에 임찬규(32·LG 트윈스)가 시즌 첫 등판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야구팬들이 모인 인터넷 공간에서는 '낭만'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였다.
임찬규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2개만을 내줬다. 공 100개로 실점 없이 경기를 홀로 책임져 프로에서 첫 완봉승을 따냈다.
2011년 LG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15년 차 투수'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임찬규는 경기 뒤 중계방송사 SBS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염경엽 감독님이 9회를 앞두고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한번 해 볼래'라고 물으셨고, '도전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꽤 많은 투수가 시즌 첫 등판에서는 투구 수를 '제한'하며 몸을 아낀다.
하지만, 염 감독은 임찬규에게 '영광의 순간'을 누릴 기회를 줬고 임찬규는 멋지게 마무리했다.
시즌 첫 등판에서 완봉승을 거둔 건, 이날 임찬규가 KBO리그 역대 26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월 5일에 시즌을 연 2020년 개막전에서 한화 이글스 외국인 선수 워윅 서폴드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완봉승을 거둔 뒤 5년 만에 시즌 첫 등판에서 완봉승을 거둔 투수가 나왔다.
최근 KBO리그에서는 완봉 자체가 귀하다.
실점 없이 9회를 맞이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지도 않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완봉을 위해 무리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토종 투수들의 완봉은 더 드물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완봉승을 거둔 투수 4명은 모두 외국인 투수였다.
케이시 켈리(당시 LG), 에런 윌커슨(당시 롯데 자이언츠), 코너 시볼드(당시 삼성 라이온즈), 캠 알드레드(당시 KIA 타이거즈)가 한 차례씩 완봉승을 거뒀다. 알드레드는 5이닝만 던지고도 '강우 콜드게임'으로 완봉승을 챙겼다.
2023년에는 KBO리그에서 단 한 명도 완봉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임찬규 전에 최근 완봉승을 거둔 토종 선발은 고영표(kt wiz)였다. 고영표는 2022년 6월 11일에 롯데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다.
임찬규 덕에 팬들은 2년 9개월 만에 '토종 완봉승'을 목격했다.
임찬규가 완봉에 성공하면서, 오랫동안 멈췄던 LG 토종 투수의 완봉승 시계도 다시 돌았다.
정찬헌 현 키움 코치는 LG 소속이던 2020년 6월 27일 SK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임찬규는 '5년 만에 완봉승을 거둔 LG 토종 선발'로 기록됐다.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