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국 車업계도 비상…"USMCA 통한 관세영향 최소화 기대"

연합뉴스 2025-03-27 10:00:17

'USMCA 규정 준수한 부품' 당분간 무관세에 "일단 한숨 돌렸다"

멕시코 정부 협상력에 '실낱 희망'

기아 멕시코 공장 전경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계가 '외국산 자동차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표에 맞춰 시나리오별 대응 태세 점검에 들어갔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규정을 준수한 자동차 부품의 경우 당분간 무관세를 유지한다"는 백악관 언급에 일단 안도하는 한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정부의 대미(對美) 협상력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멕시코 북부 산업단지 내에 입주한 한국계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 측은 26일(현지시간) "(멕시코는) 당장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주변 반응"이라면서도 "(무관세가)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향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누에보레온주(州) 몬테레이 인근 페스케리아에 생산 법인을 둔 기아 멕시코도 딜러 거점 확대와 수출지 다변화 등 세부 전략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 멕시코 관계자는 "유연성을 가지고 시나리오별 대응을 하려고 한다"면서, 리스크 최소화 방안 점검과 함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자동차 산업은 USMCA에 따른 니어쇼어링(인접지로의 생산지 이전) 효과를 노린 업체들의 집중 투자와 함께 발전해 왔다.

대부분 미국 시장을 노린 수요인데, 멕시코자동차협회(AMIA)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지난해 396만4천12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이 중 70%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 내 한국 자동차 업계는 'USMCA 규정 준수 자동차 부품에 대한 일단 무관세'에 방점을 두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자동차 관세 방침 밝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백악관이 "상무부 장관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과 협의해 보완 절차를 수립할 때까지 USMCA 적용 부품에 무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추가 설명을 했는데, 이는 멕시코 정부에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 아니냐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실제 자동차 산업에서 미국과 멕시코는 USMCA 하에서 이미 하나의 거대 생산 기지로 묶여 있다.

멕시코 내 자동차 업체는 미국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보기 위해 '역내 산 부품 사용 비중 75% 이상' 같은 USMCA 규정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엔진 파트를 보면 어떤 것이 미국 부품이고 어떤 것이 멕시코 부품인지 구별하는 게 의미가 없다"라면서 "미국 당국도 실무적으로는 어떤 기준으로 '메이드 인 USA'를 판단할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멕시코에 공장을 둔 '빅3' 미국 자동차 업체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들 3개 업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지난 1·2월 '멕시코→미국' 수출 부문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멕시코자동차협회는 비관적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로헬리오 가르사 협회장은 이날 금융기관 '바노르테 파이낸셜 그룹' 팟캐스트에 출연,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채 격동의 시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USMCA 하에서 운영되던 기존의 원산지 규칙을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