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유광우 앞에서 펄펄…KB손보 황택의 "첫 우승 일굴 것"

연합뉴스 2025-03-27 10:00:16

PO 1차전 '국가대표 세터 경쟁' 승리…결정적인 밀어넣기 득점까지

밝게 웃는 황택의

(의정부=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에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면, 프로배구엔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프로배구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세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각종 작전을 쏟아내는 단기전에선 이런 경향이 더 커진다.

경기의 흐름을 읽고 상대 허점을 노리는 세터의 지휘 능력에 따라 팀의 한 해 농사 결과가 갈릴 때가 많다.

2024-2025 프로배구 남자부 V리그 플레이오프(PO)는 한국 최고 세터들의 대결로 기대를 모았다.

대한항공은 베테랑 세터 한선수(39)와 유광우(39), KB손해보험은 차세대 간판 세터 황택의(28)를 앞세워 봄 배구에 진출했다.

KB손해보험 PO 1차전 승

황택의는 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한선수, 유광우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는 26일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 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PO 1차전 홈 경기에서 물오른 기량을 펼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삼각편대'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 모하메드 야쿱(등록명 야쿱), 나경복을 다채롭게 활용했고, 미들블로커 박상하, 차영석과 상대 허를 찌르는 중앙 속공 플레이를 합작하며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승부처였던 4세트 27-27에선 절묘한 2단 밀어넣기 공격으로 결정적인 득점을 만들기도 했다.

말 그대로 황택의의 날이었다.

대한항공은 1, 2세트를 내주자 선발로 나선 한선수를 벤치로 부르고 유광우를 투입해 분위기 전환을 노렸으나 황택의를 앞세운 KB손보에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만난 황택의는 "한선수 형과 유광우 형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세터"라며 "대한항공이 세터를 교체하면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힘든 경기를 치렀는데, 다행히 준비했던 플레이가 잘 이뤄졌다"라며 "공격수들이 공을 잘 때려줘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감 넘치는 KB손해보험 선수들

황택의는 이날 펼친 작전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평소 대한항공전에서 (키가 작은) 유광우 형이 블로킹을 준비하고 있으면, 그쪽에 있는 공격수에게 공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든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항상 수비수 한 명이 유광우 형 뒤쪽을 막아주는 경향이 많아서 오늘 경기에선 이런 부분을 더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이어 "A속공, B속공에 따라 대한항공의 견제 방식이 달라지는데, 이런 점을 많이 생각하면서 공을 배분했다"고 덧붙였다.

황택의가 얼마나 많이 고민하면서 이 경기를 준비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올 시즌 많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말엔 "입대 전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상무에서 머릿속을 정리하게 됐다"라며 "자유롭게 공을 올리면서 나만의 생각과 플레이가 정립된 것 같다"고 밝혔다.

'봄 배구'의 첫 발을 잘 뗀 황택의는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는 "우리 팀은 PO에서 멈출만한 전력이 아니다"라며 "반드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창단 후) 첫 우승을 일구겠다"고 다짐했다.

cy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