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내한 공연…김선욱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연주자 간 연결고리 끈끈…작은 규모로 유연하고 빠르게 호흡"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강점 중 하나는 연주 중 이뤄지는 비언어적 소통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솔리스트와 이런 소통을 하며 즉흥적이고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낼 것입니다."(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야스퍼 드 발 호른 수석)
다음 달 3∼8일 내한 공연을 앞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The Chamber Orchestra of Europe·COE)가 27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 소감을 밝혔다.
COE는 유럽연합 유스 오케스트라(European Youth Orchestra)를 모태로 1981년 창단된 실내악단이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래미상을 두 번, 영국 그라모폰 음반상을 세 번 받은 세계 정상급 실내악단으로 꼽힌다.
COE는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은 채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단원들로 꾸려진 게 특징이다. 현재 여러 오케스트라의 수석, 저명한 실내악 연주자, 음악 교수 등으로 이뤄진 60명의 단원이 있다. 이번 인터뷰에는 로망 기요 클라리넷 수석, 리에 코야마 바순 수석, 야스퍼 드 발 호른 수석, 사이먼 플레처 오케스트라 대표가 응했다.
플레처 대표는 "COE는 단원들에 의해, 단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로서 같은 이념과 이상을 공유하는 지휘자, 솔리스트들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다"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활동하며 연중 일정 기간에만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COE가 3년 만에 하는 내한 공연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하는 해외 순회공연의 일환이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 감독인 김선욱은 3년 전 COE의 내한 공연에서도 협연했다. 이번에는 지휘와 연주를 모두 맡았다.
플레처 대표는 "이번 투어는 솔리스트이자 지휘자인 김선욱과의 특별한 인연에서 출발했다"며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김선욱의 음악적 비전을 실현하고 그를 최대한 뒷받침하고 함께 호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OE와 김선욱의 연주 목록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이다. 다음 달 7∼8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이틀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전곡 연주한다.
코야마 바순 수석은 "김선욱의 연주에서 가장 감탄하는 점은 그의 다양하고 섬세한 표현력"이라며 "명료하고 빛나는 음색과 뛰어난 테크닉은 숨이 멎을 정도다. 이런 요소들이 그의 베토벤 연주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야스퍼 드 발 호른 수석은 "COE는 베토벤을 연주해 온 매우 긴 역사가 있다"며 "베토벤 음악이 우리의 유전자에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주자들은 COE의 유연함과 민첩한 연주도 내세웠다.
코야마 바순 수석은 "COE는 규모가 작아서 80명이 넘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보다 무대 위에서 훨씬 더 유연하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자연스럽게 풍성하고 꽉 찬 소리를 낸다면,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는 더 민첩하고 투명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차이점을 짚었다.
기요 클라리넷 수석은 "모든 연주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더 끈끈하다고 느껴진다"며 "솔리스트뿐만 아니라 현악기, 팀파니 주자까지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들은 끈끈한 호흡을 바탕으로 김선욱과 즉흥적이고 창의적인 연주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인터뷰에 응한 연주자들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요 클라리넷 수석은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고 코야마 바순 수석은 조성현, 함경, 김한 등 국내 연주자들과 퀸텟(오중주단)으로 활동한다. 야스퍼 드 발 수석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른 연주자로, 지휘자로 호흡을 맞췄다.
코야마는 "운 좋게 멋진 연주자들과 퀸텟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는 굉장히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며 "이 앙상블을 너무나 사랑해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학생들을 가르친 기요는 "한국 음악가들은 매우 규율이 잘 잡혀 있고 열심히 노력하며 경쟁심이 강하다"면서 "대부분의 한국 음악가는 가족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그들이 성공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주자들 모두 내한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한국 친구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설렙니다.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영감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공연 이후엔 연주자들 사이에서 '3부'라고 불리는 즐거운 뒤풀이 시간에 유명한 한국 음식을 즐길 예정입니다."(야스퍼 드 발)
encounter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