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꿈의 공장' 영화관의 쇠락

연합뉴스 2025-03-27 08:00:03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장군의 아들' 김두한하면 떠오른 곳이 우미관(優美館)이다. 우미관은 1912년 12월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상설 영화관이다. 이어 1918년 당대의 흥행사 박승필이 연극 전용이던 단성사(團成社)를 인수해 상설 영화관으로 개축했다. 단성사는 1919년 10월 27일 국내 최초의 영화로 꼽히는 연쇄극 <의리적 구토>를 개봉하면서 한국 영화의 '산실'로 불렸다. 10월 27일 '영화의 날'은 이를 기념해 제정됐다. 1926년 나운규 감독의 민족영화 <아리랑>이 개봉된 곳도 단성사였다.

당시 오락거리가 마땅히 없던 한국인들에게 영화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영화는 대중오락의 '꽃'으로 부상했다. 1970∼80년대의 단관극장 시대, 1990년대 멀티플렉스 등장에 이르기까지 영화관은 늘 도시 문화의 중심이자 세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상징이었다. 한국 영화의 중흥기와 황금기는 광화문 사거리의 국제극장, 종로3가 단성사·피카디리극장, 충무로 명보극장·스카라극장, 퇴계로 대한극장, 을지로 국도극장, 명동 중앙극장 등이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장 앞에 걸린 화려했던 상영 영화의 간판은 극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부추겼다.

영화관은 산업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거리두기와 영업제한으로 2019년 2억2천667만 명이던 관객 수는 2020년 5천952만 명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관객 수는 늘지 않고 있다. 작년 관객 수는 1억2천313만 명으로, 2017년 연평균 관객 수가 2억2천98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CGV는 지난달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3월에만 4개 지점의 폐관을 결정했다. 2020∼2024년까지 문을 닫은 극장은 57곳이다. 올해는 다음 달까지 영화관 5곳의 폐관이 결정됐다고 한다.

영화관의 쇠락은 팬데믹을 계기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급성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더 이상 필수 행위가 아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티빙,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이 안방까지 들어왔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극장의 대체재가 됐다. 젊은 세대에게 영화관은 특별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곳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한국 영화의 콘텐츠 파워 약화도 한몫했다. 수익 악화로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신작 제작을 줄이자 관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 영화 점유율은 2019년 51%에서 2023년 38%까지 하락했다.

멀티플렉스들은 저마다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CGV는 4면 스크린X, 4DX 등 체험형 상영관을 확장하고 있으며, 인기 가수 임영웅과 아이유의 공연 실황이나 프로야구 생중계 등 콘텐츠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월드타워 상영관 일부를 공연장으로 개조할 계획이며, 메가박스는 킨텍스점 상영관을 아이스링크로 리모델링 중이다. 산업은 변화한다. 기술은 더 빠르게 바뀌고, 소비자 취향도 따라 움직인다. 영화관은 단순한 상영 공간을 넘어, 문화의 장(場)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고 있다.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