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디지털혁신캠퍼스 '산학생태계 메카' 만든다…"미래산업 선도"
"대학은 신산업·혁신 스타트업 전진기지"…7월 파트너기업 개소식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장보인 기자 = 서강대 제17대 총장으로 연임돼 지난달 새 임기를 시작한 심종혁(70) 총장은 '서강-판교 디지털혁신캠퍼스'를 통해 연구와 교육, 창업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대학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총장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발맞춰 대학이 상아탑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하게 변화해야 한다며 이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강대는 여타 종합대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내실 있는 교육으로 인재를 길러내는 대표적 '강소 대학'으로 통한다.
개발경제 시대 고도성장을 주도한 리더들을 배출해 경제·금융권에서 '서강학파'를 형성하는 등 고유한 위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제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경제·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대학가에 새 모델을 제시해 다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4년 재임에 이어 '연임 총장'으로 새 임기 4년을 시작한 심 총장은 '제2창학' 수준의 체질 개선을 이룬다는 목표다.
그는 "우리 대학들이 신산업 및 혁신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끄는 동력원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는 동시에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대학 발전을 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총장은 이달 취임 강론에서 연구력 강화와 미래교육 혁신 등을 강조하면서, 산학협력·창업지원 혁신을 통해 대학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역점 추진해 온 대표 정책 중 하나가 판교캠퍼스 설립이다. 반도체 분야를 비롯한 첨단산업 기업 등과 캠퍼스에 모여 산업과 학문이 융합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심 총장은 "(판교 캠퍼스에) 현장에 있는 첨단 기업과 학교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 진행, 인재 양성 등 교육 사업, 유망한 창업 시스템을 통한 지원 체계 등 3가지 중요한 기능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심 총장은 미래사회 대학의 역할을 묻는 말에도 '창업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조금 더 창의적이고, 도발적이고 진취적인 시각에서 대학생활을 하기 바라는데 수동적 태도의 학습보다는 스스로 문제와 해결법을 찾는 작업이 '창업'이라는 코드에 담겨 있다고 본다"며 "대학이 전통적인 교육보다는 이런 인재들이 나올 수 있게 터전을 만들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심 총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4년간 학교 발전을 위해 집중한 부분과 성과는.
▲ 연구력 강화를 위해 더 좋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교수님들의 연구 활동을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 기준 국제 논문 수가 2020년보다 2023년에 9.3% 늘었고 피인용지수(FWCI)도 상승했다. 또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일반대학원의 신입생 수는 2021년에 비해 지난해 40% 이상 증가했다.
-- 새로운 4년 임기의 목표는.
▲ 2021년 2월 취임하면서 '비전(vision) 2030'이라는 발전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비전 2030+'를 추진하려 한다. 기본적으로 대학이 대학다워지려면 연구중심대학이 돼야 하는데, 지적인 유희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천력을 더한 산업 협력이 강조돼야 한다. 국제 공동연구 확장, 첨단기술 등 영역의 산업화 등도 중요한 키워드다.
-- 지난달 취임 강론에서는 '미래교육 혁신'을 말했다. 미래교육이란 무엇인가.
▲ 이제는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연구하면서 배우는 방식으로 교육 과정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 공부한 것을 실무적인 측면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현재 '전문가', '리더'가 되려면 다양한 학문 분야를 연합해 융합할 수 있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학교에서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자유전공학부 등을 신설해 자기 주도적으로 전공과 미래를 설계하고 배우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 AI 교육 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 'AI를 전공으로 하지 않으면 몰라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맞지 않는 시대다.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필수가 됐다. 그래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을 의무화했고 융합소프트웨어나 빅데이터 같은 연계전공 프로그램도 새롭게 설계해서 비전공자들도 접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 시각장애를 가진 정치외교학과 학생이 구글 본사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취업한 사례도 있다.
-- 판교디지털혁신캠퍼스 설립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 캠퍼스와 다른 점은.
▲ 3천명 규모의 판교 캠퍼스에선 3가지 중요한 기능이 이뤄진다. 첨단 기업들과 학교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 진행, 기업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 실무전문가 교육 등 인재 양성 사업, 그리고 유망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그곳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체계 구축이다. 창업과 연구가 가장 활발한 판교에 직접 진출하고 현장에서 창업 공간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 참여 기업들과 '스타트업 육성 및 산학협력 협약식'(27일)을 앞두고 있다.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현재 시설 공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와 파트너가 될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입주를 하고 7월에 정식 개소식을 한다. 단순한 공간 제공이나 연구 지원이 아니라 대학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전통적인 교육기관의 역할을 넘어 대학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산업과 연구, 창업과 투자가 융합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대학의 역할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 창업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학생들이 조금 더 창의적이고, 도발적이고 진취적인 시각에서 대학생활을 하기 바라는데 수동적 태도의 학습보다는 스스로 문제와 해결법을 찾는 작업이 '창업'이라는 코드에 담겨 있다고 본다. 대학은 이런 인재들이 나올 수 있게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 대학들이 신산업 및 혁신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끄는 동력원이 되어야 한다. 이는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대학발전을 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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