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너는 신장이 우월하잖아" 합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짐작 회로를 돌립니다. 신장은 일단 키를 말하는 것일까요? 콩팥을 두고서 우월하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우월하다는 것은 또 뭔지 싶지요. 아마 키가 크다는 말을 그렇게 했으려나요? 엄격히 보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되묻기를 하지 않고는 말뜻을 온전히 알기 어렵겠습니다. "너는 키가 보기 좋게 크잖아" 하면 나았을 뻔했습니다.
저 발화는 키를 소재로 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야 추정이 정당화됩니다. 만일 오장육부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면 신장은 콩팥을 지칭하는 것이었을 수 있겠습니다. 신장 기능이 좋다는 뜻으로 우월하다는 어휘를 썼다면, 이 또한 일상 구어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겠고요. 사업 이야기에서 신장은 매출이나 이익이 는다고 할 때 쓰는 단어여서 뜻이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뜻을 밝혀줄 맥락이 분명하지 않거나 중요한 일에 관한 질문이 있을 땐 더욱더 그러합니다. 대화하던 상대가 맥락 없이 툭 하고 저렇게 말하면 의사소통이 힘겨워집니다. "너, 이름이 뭐니" 하고 묻는데, "나는 어렸을 때 별명이 많았어" 하고 답하면 이것도 답답하긴 매한가지입니다.
[구체적]은 명사로 ①사물이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추고 있는 것 ②실제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담고 있는 것을 뜻합니다. 관형사(명사 등 체언 앞에 놓여서 그 체언의 내용을 자세히 꾸며 주는 품사)로는 ①사물이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추고 있는 ②실제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담고 있는, 이라는 의미를 갖고요.
[구체적으로]가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하고요. 그게 중대한 물음이라면 책임 있는 이들은 대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요. 평민들이 제기하는 이슈에 대한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대응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검토해 보겠다'고 되뇌는 무책임성에 넌더리를 내기 마련이니까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2.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