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통령-야권주자 비방전…"막장드라마" "내쫓아야"

연합뉴스 2025-03-27 03:00:08

에르도안 "야당 CHP, 문어발 뇌물·횡령에 뒤엉켜" 맹비난

이마모을루 "악은 물러날 것, 투표 간절" 조기대선 띄우기

한국대사관 "시위 참여나 군중 밀집지역 방문 자제" 권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유력 대권주자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시장이 구금된 이후 전국적인 항의 시위를 이어가는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을 맹비난했다.

이마모을루 시장도 옥중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국영 TRT하베르 방송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앙카라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 소속 의회의원들 앞에서 연설하며 "CHP의 이스탄불시 지방자치단체가 저지른 비리로 TV 드라마를 만들면 브라질 드라마보다 소재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급한 브라질 드라마란 불륜, 배신, 음모 등 통속적인 내용을 다루는 중남미 방송극 '텔레노벨라'를 말한다. '막장드라마'에 빗대 테러·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마모을루 시장과 CHP를 비난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불법 학위증 발급으로 시작해 최근 진행된 수사로 도시 전체를 문어처럼 감싸고 있던 뇌물과 횡령의 바퀴가 드러났다"며 "기밀정보가 300만∼500만달러(44억∼73억원)에 해외로 유출되고, 수천억리라(수조원)가 도둑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CHP는 항상 권리, 법, 정의를 입에 올리지만 부패, 횡령, 뇌물, 사기가 만연한 것이 드러났다"며 "CHP 지도부는 사람들을 거리에 모아 국가적 혼란을 조성해 스캔들을 은폐하려고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시장

이날 이마모을루 시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우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기 자리를 지키려 국민 권리를 침해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유일한 인물을 투표로 내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는 악이 물러나고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투표와 선거를 간절히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이는 CHP가 줄곧 주장해온 조기 대통령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의미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 23일 치러진 CHP 당내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튀르키예 대선은 예정대로라면 2028년 치러진다.

한편 이날 이스탄불 시의회는 구금 후 직무가 정지된 이마모을루 시장 대신 시정을 맡을 대리시장으로 CHP 소속 누리 아슬란 시의원을 선출했다.

이스탄불, 앙카라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이마모을루 시장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와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 사이 충돌이 계속되며 정국 혼란이 가중됐다.

이날 주튀르키예한국대사관은 수도 앙카라의 경우 지난 25일까지였던 시위 금지령이 내달 1일까지로 연장됐다고 알리며 시위 참여나 군중 밀집지역 방문을 자제하라고 교민들에게 권고했다.

튀르키예 반정부 시위대에 고무총 쏘는 경찰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