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츠대 아동학 연구조교…교내신문 기고 탓 親이스라엘 단체 표적돼
컬럼비아대 한인 학생 등 대학가 체포·추방시도 잇따라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1년 전 대학본부의 친(親)이스라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학내 신문에 쓴 튀르키예 국적의 미국 유학생이 이민당국에 체포돼 추방 위기에 놓였다.
26일(현지시간) 미 터프츠대와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 등에 따르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전날 오후 보스턴 인근 서머빌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터프츠대 박사과정에 있는 뤼메이사 외즈튀르크를 체포해 구금 중이다.
터프츠대의 수닐 쿠마르 총장은 전날 자정께 성명을 내고 "대학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계 당국으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듣지 못했고 대학 측이 당국에 정보를 공유한 바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의 비자가 박탈됐다는 소식을 들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이 소식이 대학 구성원들, 특히 외국인 커뮤니티 일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마르 총장은 체포된 학생의 신원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학내 신문인 터프츠데일리는 체포된 학생이 이 대학에서 아동연구 및 인간발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외즈튀르크라고 밝혔다.
터프츠데일리에 따르면 튀르키예 출신인 외즈튀르크는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으로 컬럼비아대 사범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 터프츠대의 '아동 TV 프로젝트'의 박사 연구조교로 근무하고 있다.
외즈튀르크는 전날 체포 직후 변호인을 통해 ICE의 구금 및 추방 시도가 부당하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은 전날 사전 통지 없이 외즈튀르크를 매사추세츠주 바깥으로 이송하지 말 것을 ICE에 명령했다.
외즈튀르크의 체포 사유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터프츠데일리는 외즈튀르크가 지난해 3월 터프츠데일리에 공동 저자로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외즈튀르크 등은 해당 칼럼에서 가자지구에서 대량학살(genocide)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의 대학 커뮤니티조합 평의회 결의를 쿠마르 총장이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카나리아 미션'(Canary Mission)이라는 친이스라엘 단체는 외즈튀르크를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지지하고 반이스라엘 활동을 펼치는 인물로 공개 지목했다.
이 단체는 북미 대학 내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촉발하는 발언들을 수집해 공개하는 활동을 해왔다.
미 이민당국은 지난 8일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서 대학 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대응을 맡았던 마흐무드 칼릴을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한 전력이 있거나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비판적인 공개 목소리를 낸 학생 또는 연구자를 잇따라 체포해 추방 절차를 밟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가자전쟁 반전시위에 참여한 컬럼비아대 한인 학생 정모(21)씨의 영주권을 박탈하고 정씨의 신병 확보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법원은 정씨를 추방하려는 노력을 일시 중단하라고 전날 미 당국에 명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칼릴 등 시위 참가자들이 반유대주의 확산을 막으려는 미 행정부의 외교 정책 목표를 방해한다며 이들의 추방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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