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대신 '2+1+1년'?…정부, 임대차2법 개편 논의 본격화

연합뉴스 2025-03-27 01:00:07

임대차 제도 개편 첫 토론회 열려…전문가 "계약갱신권, 세입자에 오히려 불리"

전문가 "임대료 상승률 높아질수록 갱신권 사용 비율 하락"

임대차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개편을 위한 공론화에 나선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 취지와 달리 세입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세 기간 '2+2년'을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률 5% 제한이 손질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26일 오후 세종 국토연구원 강당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임대차 2법 개편 논의를 위해 기획한 첫 토론회가 열렸다.

국토연구원 박진백 부연구위원은 임대료 상승률 상한을 5%에서 10% 안팎으로 올리거나, 전월세 상한을 5%로 유지하되 전세계약 기간을 '2+1+1년'으로 쪼개는 방안을 제안했다.

계약기간을 쪼개면 임대인은 갱신 기간 2년간 임차보증금을 10% 올릴 수 있고, 임차인은 거주 기간 선택권이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부연구위원은 임대차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임차인이 집주인 동의 없이도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전세계약 때 참고할 수 있는 시세정보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이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점은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계약갱신 때 해지는 임대인과 임차인 합의로 진행하고, 해지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중개보수를 부담하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거주하겠다는 주택 양수인(매수인)의 갱신 거절을 허용하는 것도 재검토해야 한다"며 "지금은 관련 규정이 불명확해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으니 기존 전세계약 종료 2개월 전까지 매수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하는 조건으로 갱신 거절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발제하는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송경호 연구위원은 전셋값이 상승할수록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이 늘어나도록 한다는 임대차 2법의 취지지만, 실제로는 임대료 상승률이 높아질수록 갱신권 사용 비율은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임대료가 오르면 임차인은 갱신권을 사용할 유인이 커지지만, '계약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집으로 입주하겠다'는 집주인이 늘면서 갱신권 행사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송 연구위원은 '2+2년'으로 장기화한 전세계약이 임대가격의 변동성을 키우고, 이에 따라 적정 가격으로 계약한 비율이 낮아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운이 좋냐, 나쁘냐에 따라 세입자가 감당하는 가격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송 연구위원은 갱신권 행사 대신 2년, 3년, 4년 중 세입자와 집주인이 협상해 임대차 계약 기간을 정하고 파기하는 쪽이 위약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포함된 전세계약을 할지, 임대차 2법 시행 이전처럼 갱신권이 없는 계약을 할지 여부를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두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중앙대 이승협 경영학부 교수 역시 계약갱신청구권이 주택시장 변동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을 상승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갱신권이 서울 5∼6%, 경기 2∼3%, 세종 10∼12%, 전국 2%가량의 전세가격 상승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 포함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 거래 효용이 증가할 수는 있으나 임차인의 위치가 악화해 현재보다 현저하게 높은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증금 인상률 상한을 5%에서 다소 상향 조정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회,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임대차 2법 도입으로 임차인들이 임대료 인상 걱정을 다소 덜고 한집에서 4년까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되면서 주거권 향상에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제도 도입 초기 시장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전월세 시장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을 증가시켜 오히려 임대차 시장 안정성을 해쳤다는 문제의식도 있다"며 "임차인 주거 안정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임대인-임차인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균형 잡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임차인 권리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임대차 2법 개편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