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3중 산불 방어선 하동군, 문화유산 모한재·청계사 사수

연합뉴스 2025-03-27 00:00:52

강한 돌풍으로 소실 위기…현판 등 유산 옮긴 후 450m 방어선으로 버텨

하동군 면 소재지 인근까지 번진 산불

(하동=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대형 산불로 문화유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하동으로 번지면서 주요 문화유산인 모한재와 청계사도 화마에 휩쓸릴 위기에 직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하동군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부터 강한 돌풍이 이어지면서 산청 산불이 하동 옥종면 정개산 인근까지 번졌고, 면 소재지에서 불과 2㎞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해 대규모 피해가 우려됐다.

특히 불길이 번지는 경로에 유교 사당인 모한재와 문화유산 보유 사찰인 청계사도 있었다.

이번 산불로 지난 22일 수령 900년의 경남도 기념물인 두양리 은행나무가 소실되는 피해를 본 하동군 입장에서는 자칫 또다른 주요 문화유산을 잃을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모한재는 조선 중기 학자인 하홍도 선생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이고, 청계사는 경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시대 불경 화엄경소 등을 보유하고 있다.

불길이 계속 확산하자 하동군은 진양하씨 문중, 국가유산 돌봄센터와 공동 대응에 나서 모한재와 청계사의 현판과 주요 기물, 화엄경소 및 대웅전 불상 4구 등을 긴급하게 안전지역으로 옮겼다.

그러나 불길이 수그러들지 않아 모한재, 청계사가 여전히 소실 위기에 놓이자 하동군은 야간에 공무원 등을 동원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불길과 문화유산 사이 450m 길이의 방어선을 3중으로 치고 화선을 따라 최대한 물을 살포했다.

다행히 자정을 넘기며 강풍이 잦아들면서 불길이 추가 확산하는 것을 저지해 모한재와 청계사가 소실될 위기를 피했다.

하동군은 산불이 다시 확산할 경우를 대비해 공무원, 소방, 경찰 등 전 부서 총동원령을 발동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인근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소중한 문화유산도 지켜내 밤새 보람이 있었다"며 "뚫리면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진화작업에 나선 결과가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동 모한재

home12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