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북부 산불, 동해안권 위협…'7번국도 방향' 북상 우려도

연합뉴스 2025-03-27 00:00:28

진화 늦어지면 울진도 위험권…바람 방향 급변하거나 돌풍 불어

진화공백 틈타 전방위 확산…안동·청송·영양·영덕 큰 피해

영덕 바다에 닿은 의성 산불

(안동=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향하면서 동해안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6일 남풍과 남서풍이 불어 화마가 북상할 우려도 제기됐다.

이런 추세라면 닷새째 잡히지 않고 있는 의성 산불이 영덕 위쪽인 울진까지 위협할 기세다.

26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만인 지난 24일 인접한 안동 길안면을 비롯해 남선면, 임하면 일부 마을까지 확산하며 안동을 덮치기 시작했다.

이 산불은 계속 확산해 발생 나흘째인 지난 25일 안동 전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리게 했고, 동진을 이어가면서 청송까지 넘어갔다.

청송으로 퍼진 산불은 같은 날 영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또 북동쪽으로도 향해 영양으로도 번지기도 했다.

이처럼 경북 북동부를 강타한 의성 산불은 안동지역에만 산불영향구역이 3만7천여㏊(지자체 자체 추산)로 추정될 만큼 큰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또 주거지 등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거나 대피하던 이들을 화마가 덮쳐 영덕 8명, 영양 6명, 안동 4명, 청송 3명 등 2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회색 연기로 가득한 하회마을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날 의성 산불 구역에는 남풍이 주로 불면서 불길이 북쪽으로도 향했다.

이 때문에 위쪽에 위치한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 화마가 미칠까 봐 이날 내내 주변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또 바람 방향이 때때로 바뀌거나 돌풍이 불면서 불길이 여기저기로 확산하는 분위기도 보인다.

이날 오후 의성군은 사곡 신감리에서 북서쪽인 의성읍 방향으로 산불이 급속히 진행 중이라며, 주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또 영양까지 번졌던 산불 일부가 26일 오후 풍향이 바뀌면서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 쪽으로도 번지고 있다.

안동 도산면에는 퇴계 이황이 후학을 가르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도산서원이 있다.

실제 2022년 울진 산불의 경우에도 서풍이 계속 불어 계속 동진하다 어느 순간 동풍이 불어서 불길이 반대 방향으로 향한 적도 있다.

연기 피어오르는 주왕산

이처럼 바람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이번 산불이 북쪽 또는 북동쪽으로 계속 번질 경우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울진도 안전하다고 할 순 없는 분위기다.

산림청 관계자는 "봄철은 서풍이 많은 계절이라 의성 산불이 초기부터 주로 동진하면서 확산했지만 어제, 오늘은 남풍과 남서풍이 불었다"며 "국지적으로 바람 방향이 바뀌거나 돌풍이 부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경북 북부 산불 발생 범위(종합)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