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주총 연 네카오…주주불만·노사갈등에 '한숨'

연합뉴스 2025-03-27 00:00:16

이해진 복귀에도 네이버 주주들 "AI·글로벌 성과는 언제쯤"

카카오 노조, 임단협 결렬 선언…"성장 동력으로 주주·노조 설득해야"

네이버 제26기 정기 주주총회

(성남=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주변에 네이버 AI를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오픈AI 챗GPT만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어요"

26일 ICT업계에 따르면 이날 경기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는 네이버의 미진한 인공지능(AI) 사업 성과와 주가 상황을 거론하며 쓴소리를 냈다.

네이버가 한국어에 특화된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커머스 등에 적용하며 이용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미 'AI는 챗GPT'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글로벌 빅테크 선두주자들과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이해진 창업자가 복귀한다는 소식에도 주가가 쉽사리 반등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은 주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네이버 주가는 2021년 46만원대까지 올랐으나,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20만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해진 창업자의 복귀 소식이 알려진 지난 달 초 주가가 소폭 상승했지만, 현재 네이버 주가는 20만원에서 밀려날 처지에 놓여 있다.

'네이버가 오랜 시간 글로벌 사업을 전개해왔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다'거나 '북미 중고플랫폼 기업 포시마크 같은 C2C(소비자 간 거래) 기업들을 인수했음에도 성과가 없다'는 등 글로벌 사업 성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포털 사업을 중심으로 각종 플랫폼 사업을 확장해온 네이버는 2011년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일본에 출시했고,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디지털트윈 사업 협력 등 글로벌 확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빅테크 기업의 입지가 커지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매출은 여전히 국내 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미미한 수준인 해외 시장 중에서도 일본 비중이 높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카카오 노조 피켓 시위

2013년 이후 12년 만에 네이버와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한 카카오[035720]는 노사 갈등이란 악재를 맞았다.

이날 카카오 노조는 포털 다음 분사 및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스크린골프 자회사 카카오VX 매각에 반대하며 제주 스페이스닷원과 경기 용인 카카오AI 캠퍼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다음 분사 계획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분사 계획과 임단협 고착 상태를 비판하며 다음 달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단식 농성 중인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이날 임단협 일괄 결렬 성명에서 "다음 분사는 단순히 카카오라는 회사의 의사결정 문제가 아니라 제주 지역사회의 문제"라며 "분사를 결정하는 이에게는 그저 숫자이지만 20년 가까이 다음의 서비스를 담당해 온 개개인의 이야기는 그저 숫자로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0년 동안 분사·합병·매각 사례만 20여 건이 넘는데 한 번도 안정적으로 진행된 적이 없다"며 "회사는 일단 결정하고 혼란은 노동자들이 감당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사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AI 사업에 전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성장 동력을 마련함으로써 주주와 노조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네이버는 실질적으로 라인야후가 밀려났기 때문에 해외로 나갈 기반을 잃었고,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물러나며 구심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두 기업 모두 과제는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이라며 "AI를 결합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빨리 제시해야 주주·노조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yuns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