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위상 되찾을까…亞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 개막(종합)

연합뉴스 2025-03-26 20:00:05

전 세계 240개 갤러리 참가…"단순한 미술작품 거래 플랫폼 그 이상이 목표"

수백억원대 바스키아 작품 경매·피카소 전시 등

(홍콩=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미술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최대 규모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아트 바젤 홍콩'이 26일 VIP 사전 관람(프리뷰)을 시작으로 홍콩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42개 국가와 지역에서 240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이 중 23개 갤러리는 새로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한다.

참가 갤러리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갤러리로, 한국에서는 한국에 지점이 있는 외국계 갤러리를 포함해 20개가 참여한다.

아트페어의 메인 섹션인 '갤러리즈'(Galleries)에는 아라리오 갤러리와 갤러리 바톤, 학고재, 조현화랑,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PKM갤러리, 우손갤러리 등 9개가 부스를 열고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작가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인사이츠'(Insights) 섹션에는 제이슨함 갤러리가 김정욱 작가와 함께 참여한다.

신진 작가의 개인전으로 꾸며지는 '디스커버리즈' (Discoveries) 섹션에서는 P21이 신민 작가를, 휘슬 갤러리가 이해민선 작가를 선보인다. 신민 작가는 올해 디스커버리즈 섹션 참가 작가를 대상으로 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됐다. 아트바젤 편집팀은 '놓쳐서는 안 될 8개 작품' 중 하나로 신민 작가의 작품을 꼽기도 했다.

이밖에 행사장 곳곳에서 대형 설치작품 18점을 소개하는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에서는 갤러리바톤이 영국 작가 리암 길릭을, 휘슬갤러리가 허지예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국제갤러리는 갤러리 부스 내에서 특정 주제로 미니 개인전을 여는 '캐비닛'(Kabinett) 섹터에도 참여해 김윤신 작가의 회화와 판화, 조각 15점과 아카이브 자료들을 전시한다.

스위스계 갤러리 하우저앤워스는 최근 소속 계약을 맺은 이불 작가의 '아나그램' 조각과 회화 '퍼듀' 시리즈 작품을 소개했다. 아라리오 갤러리 역시 최근 함께 하게 된 옥승철 작가의 작품을 이번 아트페어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

글래드스톤은 하반기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예정된 로버트 라우셴버그와 중국 베이징의 UCCA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아니카 이 등 대형 미술관 개인전이 열리는 작가들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

올해 아트바젤의 메인 포스터 3점 중 1점은 김수자 작가가 보따리를 실은 트럭을 타고 2천727km를 이동하는 여정을 담은 비디오 퍼포먼스 작품 '떠도는 도시들: 보따리 트럭 2727킬로미터'의 이미지가 사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트바젤 행사에 맞춰 홍콩에서는 세계 3대 경매사의 경매가 진행되고 대형 전시들도 개막한다. 특히 크리스티 홍콩은 28일 열리는 20세기 및 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에서 '검은 피카소'로 불렸던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1984년 작 '토요일 밤'(Sabado por la Noche)을 추정가 9천500만∼1억2천500만 홍콩달러(약 179억∼236억원)에 경매한다. 국내 경매사 서울옥션도 28일 서울 경매에 앞서 대표 출품작들을 이날까지 홍콩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전시한다. 또 최영욱, 장마리아 작가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도 진행했다.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에서는 파블로 피카소 전시가 개막했다. 프랑스 파리의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품 60여점과 M+미술관이 소장한 20세기 초∼동시대 아시아·아시아계 작가 30명의 작품 130여점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다. 한국 작가로는 양혜규 등의 작품이 포함됐다. 피카소 작품으로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1951년 작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in Korea)이 눈에 띈다.

2008년 '아트 HK'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13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열리고 있는 아트바젤 홍콩은 매년 8만여명이 방문하고 1조원 규모가 거래되는 대형 미술 행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동안 규모가 축소되고 파행을 겪다가 지난해부터 예년 규모를 회복했다.

지난해 아트바젤 홍콩은 전 세계 미술계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판매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던 터라 올해 행사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시작했다. VIP를 대상으로 한 개막일 프리뷰 행사는 입장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정도로 행사장이 북적이는 가운데 중국인 컬렉터들이 눈에 많이 띄는 등 아시아권 컬렉터들이 주류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주최 측은 아트 바젤 홍콩이 단순히 미술계 관계자들만 참여하는 행사가 아닌 일반 대중들도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앤젤 쓰양-러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는 이날 개막 기자회견에서 "2023년은 아트바젤 홍콩이 팬데믹 이후 재개된 해였고 (예년 규모를 회복한) 2024년에는 다시 동양과 서양을 이었다"면서 "올해는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플랫폼을 넘어 창의적인 기회를 위한 교차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아트바젤 홍콩은 27일까지 프리뷰를 진행한 뒤 28∼30일 일반에 공개된다.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