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숙여 인사한 李 "이 당연한 일에 국가역량 소진돼 황당"(종합)

연합뉴스 2025-03-26 20:00:03

李, 무죄 선고 후 檢·정권 비판…곧바로 안동 산불 현장 방문

野의원 60여명 법원 찾아…계파 불문 환영 메시지 쏟아져

지지자에게 인사하는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안정훈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6일 선고 직후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검찰과 윤석열 정권을 정면 비판했다.

재판을 마친 이 대표는 이날 저녁 곧바로 경북 대형 산불 현장을 방문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 후 법원 건물 앞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 전 먼저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손짓하며 인사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며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데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와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우리 국민의 삶 개선에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민생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무죄 선고에도 시종일관 엄중한 표정을 보였다. 이 대표가 짤막하게 입장을 발표하는 동안 주변에는 당 의원들이 몰려들었다.

입장 밝히는 이재명 대표

이날 법원에는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전현희·한준호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 60명 이상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 전 당 의원들에게 산불 대응 등을 위해 법원에 나오지 말 것을 당부했으나 다수 의원들이 나와 이 대표를 맞은 것이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2시 재판이 시작하기 훨씬 전인 1시께부터 속속 법원으로 모여들었다.

이 대표는 오후 1시 50분께 도착해 도열해 있는 의원들 일부와 악수했다.

이 대표는 법원에 도착해서는 옅은 미소만 지은 채, 지지자들에게 따로 인사는 하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변 없이 곧장 법정으로 들어갔다.

법정에는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들어가 선고 공판을 방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서울고법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이 대표의 무죄 판결을 지켜봤다"며 법정 방청권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여러 의원은 법원 건물 앞에서 재판이 끝나길 기다리며 수시로 휴대전화로 실시간 기사를 보거나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며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

뉴스 속보 보는 의원들

초반만 해도 의원들 사이에는 초초함과 긴장감이 팽배했으나, 재판부가 주요 쟁점에 대해 이 대표 측 주장을 인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점차 반전됐다.

검사 출신 이성윤 의원은 박수를 쳤고, 김승원 의원은 환호하는 당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사실상 무죄가 확실해진 시점에는 의원들은 "됐다" 등이라며 안도감을 표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언론에 "진실의 승리"라는 입장문을 배포했으며, 페이스북에는 계파를 불문하고 의원들의 무죄 선고 환영글이 빠르게 쏟아졌다.

재판부가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는 속보가 타전되자 지지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형 산불 사태를 염두에 두고 환호 등을 자제했으나,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서로 어깨를 두들기거나 안으며 기뻐했다.

민주당은 선고가 끝난 뒤에는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무리한 기획 수사를 한 검찰은 사죄하라"고 규탄했다.

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