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 모면하려 통계 조작" vs "정당한 업무, 통계법 위반 해당 안 돼"
검찰, 공소사실 설명에만 2시간…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실장 등 출석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주택가격·고용 등 국가통계를 정부 정책에 유리하게 보이도록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진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치열한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유일한 주택시장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인 측은 검찰이 쓴 소설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26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로 심리로 열린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 등의 사건 첫 공판에서 변호인들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검찰은 PPT 자료를 만들어 범죄 사실을 설명하는 데 2시간을 할애했다.
검찰은 크게 주택통계, 고용통계, 소득통계 등 3개 분야에 공소를 제기했다.
핵심인 주택통계 분야 피고인으로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윤성원 전 청와대 비서관 등 7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한 부동산 대책 효과 덕분에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도록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아파트 가격 변동성을 조사하는 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이하 변동률)'을 125차례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부동산원이 매주 1차례 국토교통부에만 보고했던 변동률 확정치에 더해 주중에 조사하는 주중치, 확정치 발표 직전 만든 속보치 등 모두 3개의 통계를 만들어 대통령실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새롭게 만든 주중치·속보치를 모두 통계로 인정해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국토교통부 외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미리 받아본 변동률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검토 지시, 상승 이유 설명 요구, 반복된 현장 점검 지시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원 실무자들을 압박해 변동률을 조작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직 당시 정책 부작용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하자, 전세가 주중치·속보치·확정치를 만들어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9년 7월 부동산원장이 사퇴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쓴 소설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변호인은 "검찰은 피고인들이 주간 변동률을 조작했다고 하지만 부동산원에는 월간통계, 실거래 지수가 있는데 이것은 조정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이 의도적·고의로 주간 통계를 조작했다면, 월간통계·실거래 지수를 왜 그대로 남겨두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변동률을 제대로 알아보라고 지시한 건 '정당한 업무 수행'에 해당한다"며 "'제대로 산정된 게 맞냐'고 문의한 게 변동률을 낮추고 통계를 조작하라고 해석되는 일이냐"고 검찰에 되물었다.
그러면서 "추가된 주중치와 속보치는 통계법상 통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법 위반도 적용할 수 없다"며 "외부에 공표할 목적이 없었고, 단지 부동산 업무를 위해 속보성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부 자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집값뿐만 아니라 고용 관련 통계에도 정권에 유리하게 통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전 실장과 황덕순 비서관 등이 당시 정부가 중점 추진해온 방향과 반대로 비정규직 근로자 86만명이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오자 통계 공표 전에 보도자료를 수정해 이 같은 사실을 삭제하고 결과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전년도 실시한 통계청의 기간제 근로자 통계자료의 오류를 수정한 결과를 반영해 바로 잡는 과정에서 나온 정당한 업무수행"이라며 "통계 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조작이 아니라 판단의 문제이고, 통계청장에게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권한이 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윤성원 피고인 변호인은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사실들은 피고인 언급한 말과 전혀 부합하지 않고 있으며, 검찰이 자의적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했다"며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피고인의 언급과 억지로 연결해 범죄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객관화 의무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전 김수현 전 실장은 "통계 조작 지시라는 게 있을 수도 없고, 있었던 일도 아니었다"라며 "장·차관급 인사들이 서른 개가 넘는 통계 중에 그중 하나를 조작하라고 지시할 권리도 없고 지시하지 않았다.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