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험한 산 투입 어려워" 울산시장 발언 놓고 논란

연합뉴스 2025-03-26 19:00:05

'갈라치기 부적절' 비판에 '맞는 말인데 왜 문제' 반론도

산불 현장 브리핑하는 김두겸 울산시장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김두겸 울산시장이 산불 현장 브리핑에서 "여직원들을 험한 산에 투입하기가 간단치 않다"고 발언한 것이 젠더 이슈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 24일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대형산불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던 중 "산불이 발생하면 우리가 투입하는 공무원은 한계가 있고, 특히 요즘은 여직원들이 굉장히 많아서 악산(惡山·험한 산)에 투입하기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에서 병력을 보내줬는데, 우리 젊은 군인들이 잔불 정리하기에는 굉장히 용이할 것 같다"라면서 "동원에 응해준 군부대에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브리핑을 마무리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을 부연한 대목인데, 이 발언이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젠더 문제를 건드리는 '트리거'로 작용했다.

당시 발언을 담은 동영상이나 관련 보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빠르게 퍼졌고, 해당 게시물에는 성역할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댓글로 달리고 있다.

특히 김 시장이 '여성은 투입하기 어렵다'는 발언 뒤에 곧바로 '군부대에 감사하다'고 덧붙인 것이, 남성의 병역의무에 대한 민감한 여론까지 자극한 모양새다.

언론 보도 댓글에는 '시장이나 되는 공직자의 발언이 맞느냐'거나 '각자 위치에서 함께 고생하는데, 저런 식으로 남녀를 갈라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도 26일 논평을 내고 "김 시장의 발언은 온라인에서 혐오와 차별의 불을 질렀다"고 꼬집었다.

반면에 '현실의 고충을 있는 대로 얘기한 것뿐인데, 뭐가 문제냐'라거나 '여성 비하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여성들이 나서라'면서 김 시장의 발언에 수긍할만 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일부는 '남녀 차별 의도가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한 것인데, 굳이 이상한 의도로 몰고 가느냐'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논란과 비판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울산시 공무원은 "전체 브리핑을 들어보면 남녀 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라면서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어려움을 설명하는 발언이 전혀 다른 맥락으로 와전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hk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