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잿더미 된 천년사찰 고운사…부둥켜 안고 눈물 쏟은 신도들

연합뉴스 2025-03-26 18:00:09

(서울=연합뉴스) "고즈넉했던 누각이 지금은 전쟁터 같니더. 어쩌면 좋니껴."

26일 오전 8시께 찾은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만난 불자 김윤희(76) 씨는 가운루 잔해를 보더니 비통함을 감추지 못한 채 신도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전날 산불을 피해 자택에서 도망쳐 나온 김 씨는 인근 초등학교 대피소에서도 잠을 설치다 날이 밝자마자 이곳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삽시간에 화마에 갇혔던 고운사는 이날 오전까지 경내 곳곳에서 매캐한 연기가 맴돌고 있었고 불탄 누각 잔해는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폭삭 주저앉아 형체를 가늠조차 하기 힘든 가운루와 연수전 잔해들 사이에 불에 타지 않은 범종과 기왓장들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현대식 건물로 지은 대웅전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부전 등은 가까스로 온전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미처 옮기지 못한 채 방염포로 꽁꽁 싸맨 불상이 그대로 있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가늠케 했습니다.

원래는 오늘 방문객 200명을 받기로 했었다는 고운사 문화해설사 이천호(62) 씨는 재와 연기밖에 남지 않은 사무실 터를 멍하게 응시하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제작: 왕지웅·변혜정

영상: 연합뉴스TV·대전취재본부 이주형 기자 직촬·고운사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