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북부 산불 피해자 대부분 거동불편 노약자(종합)

연합뉴스 2025-03-26 16:00:06

대피 준비하거나 대피 도중 불길·연기에 갇혀, 잇따라 참변

마을 이장 일가족, 주민대피 도우려다 화마에 희생

산불로 다수 사상자 발생한 영양 마을 '초토화'

(안동=연합뉴스) 이승형 김선형 기자 = 경북 북동부를 휩쓴 화마의 희생자들은 상대적으로 거동과 이동이 쉽지 않은 노약자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6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밤사이 의성 '괴물 산불'은 안동, 청송, 영양, 영덕을 순식간에 덮치며 1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해자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80대 등 고령층이 다수로 주택, 마당, 도로 등에서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을 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산불 사망자 발생한 차량

산불에 휩쓸고 간 전날 오후 6시께 경북 영양군 석보면 포산리 삼의계곡 도로에서 삼의리 권모(64) 이장이 아내(59), 인척(62)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도로 옆 배수로에서 발견된 이들은 마지막까지 산불로 빠져나오지 못한 마을 주민을 구하려고 이동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삼의리 이장 내외는 처남댁을 차에 태우고, 대피소 방향이 아닌 불길이 치솟는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가 화마에 휩싸였다.

주민과 행정기관 관계자들은 이장이 다른 주민도 구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석보면 화매리에서는 산불에 휩싸여 주택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66)의 시신 1구도 발견됐다.

이날 오후 9시께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산불이 요양시설 입소자 4명을 태우고 대피중이던 차량을 덮쳤다.

요양시설 직원 2명이 차안에 있던 입소자 1명을 빼내자마자 차량은 화염으로 폭발했다.

아직 차에 타고 있던 입소자 3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온 입소자 1명과 직원 2명은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입소자들은 모두 와상 환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정1리에서는 80대 부부가 집 앞 내리막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산림당국은 이들이 대피하다가 불길에 갇힌 것으로 봤다.

영덕 축산면 대곡리에서는 80대 남성이 산불로 무너진 자택에서 매몰돼 숨졌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 발생한 차량

청송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숨졌고 청송 한 도로 외곽에서는 60대 여성이 소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대피를 위해 집을 찾아온 이장이나 행인에게 발견돼 급박한 상황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거나 집을 빠져나왔으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안동에서는 70대 여성이 주택 마당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졌으며 50대 여성은 주택 마당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산불 폐허 살펴보는 주민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대피를 준비하거나 대피하다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지는 불길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질식이나 화상 등으로 숨진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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