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우 IBS 암흑물질 액시온 그룹장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한국 연구팀이 우주 비밀을 품은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액시온을 찾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본격 탐색에 돌입한다.
윤성우 기초과학연구원(IBS) 암흑물질 액시온 그룹장(CI)은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IBS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지난 10여년간 액시온 탐색을 위한 여러 기술을 확보했다"며 5년간 1~6기가헤르츠(㎓) 주파수 영역대를 탐색해 액시온을 찾는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 CI는 2013년 출범한 IBS 액시온·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소속으로 연구해 오다 지난해 연구단이 종료되면서 이 연구를 이어 갈 CI로 올해 1월 선임됐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으로 설명되는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27%)과 암흑에너지(69%)로 구성돼 있을 것으로 물리학계는 추정한다.
액시온은 암흑물질의 후보 중 하나로 강한 상호작용서 대칭성 문제(강한 CP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7년 이론적으로 제시된 가상 입자다.
액시온을 찾아내려면 강력한 자기장을 걸어 액시온 장의 일부를 전자기파를 방출할 수 있는 광자로 바꿔야 한다.
이때 공진기를 이용해 주파수를 증폭하고 검출하면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검출을 위해서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면서도 온도는 극저온으로 떨어트려야 하고, 공진기와 검출기 성능도 최대한 강화해야 하는 등 여러 장비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이 요구된다.
윤 CI는 "신호 세기는 화성에서 지구 휴대전화가 발신하는 신호를 측정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액시온에 대한 이론적 모델인 'DFSZ 액시온'과 'KSVZ 액시온' 중 실험 조건을 만들기 수십 배 어려운 DFSZ 액시온 탐색이 가능한 수준의 장비를 구축해 왔고, 지난해는 실제 DFSZ 액시온 검출 실험 조건을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런 수준의 장비를 갖춘 연구단은 전 세계에서도 IBS를 포함해 2곳에 불과하다.
액시온을 찾아내려면 주파수마다 실험을 진행해 이론적 모델에 해당하는 범위 내에서 신호가 나오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IBS의 장비로도 하루에 2메가헤르츠(㎒) 대역 정도를 실험할 수 있는 만큼 많게는 수십 기가헤르츠 범위까지 파악하는 일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에 비유된다.
윤 CI는 "지금의 기술로는 1세기 이상 걸리겠지만, 최근에는 이론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범위를 상당수 좁혔다"며 "아직은 액시온 질량이 예측되지 않는 만큼 차근차근 파악해 나가는 것이 낫겠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액시온을 발견하면 모든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인 '힉스' 발견 때처럼 바로 노벨상으로 이어지는 성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CI는 "힉스도 1964년 예언된 이후 반세기 뒤 발견됐는데, 힉스 메커니즘은 액시온과 매우 유사한 만큼 액시온이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며 "제 연구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이 2030년이고 발견 50년 정도 후인데, 그때까지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shj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