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약품그룹회장, 지주사 대표 사임…"전문경영 체제로"(종합)

연합뉴스 2025-03-26 14:00:09

임주현 부회장,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진입…"한미에 더는 분쟁 없어"

김재교 신임 대표 "경영 체제 안정화…R&D·신약 개발 주력"

한미약품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128940] 부회장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008930]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임 부회장의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송 회장 뒤를 이어 외부 영입 인사인 김재교 부회장이 신임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한미약품그룹의 전문 경영인 체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26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개최된 한미사이언스의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임 부회장,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 심병화 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상무, 김성훈 전 한미사이언스 상무 등 4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한다고 전했다.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송 회장은 이날 정기주총에도 불참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한미약품그룹에 더 이상 분쟁은 없다"며 "선진적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 회장이 사임하면서 유한양행[000100] 출신인 김재교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유한양행에서 전략기획부문장(전무) 등을 역임한 그는 주총에 앞서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내정돼 이달 초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으로 입사했으며, 심병화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정돼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이날 정기주총 결과에 따라 임 부회장, 송 회장,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 등 '4인 연합'이 추진해온 전문 경영인 체제가 구체화할 전망이다.

앞서 송 회장, 임 부회장, 신 회장 등은 한미약품그룹에 한국형 선진 경영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글로벌 제약사 머크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는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고 주주는 자기 지분만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다.

머크는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 등 2개 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가족위원회는 머크 가문 일원과 머크 사업 분야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로 혼합해 파트너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한다.

이후 파트너위원회가 머크의 최고경영진을 선임하고 최고경영인은 독자 경영을 추진하며 대주주의 감독을 받는다.

이날 김재교 신임 대표이사는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약품그룹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경영 등 여러 체제를 안정화해 이와 관련된 우려를 불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R&D)과 신약 개발 등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고 임성기 회장의 도전과 혁신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같은 날 열린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의 제15기 정기주총에서는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 사내이사 후보,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이영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사외이사 후보 등에 대한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한미약품 본사

이날 정기주총은 한미약품그룹이 1년여간 지속된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종식한 지 약 한 달 만에 개최됐다.

앞서 4인 연합은 임종윤 북경한미 동사장(이사회 의장)·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전 대표 등 '형제 측'과 약 1년간 경영권 분쟁을 지속한 끝에 지난달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경영권 모두를 장악했다.

4인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측면에서도 과반을 확보하며 형제 측보다 우위에 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임성기 창업주 사후 배우자인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상속세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작년 초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형제 측은 이에 반대하며 모녀 측과 대립했고 모녀는 4인 연합을 결성하며 맞섰다. 분쟁은 지난달 4인 연합 측 승리로 일단락됐다.

한편 이날 한미사이언스 정기추종에서는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006800] 대표이사, 김영훈 전 서울고법 판사, 신용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 사외이사 후보 3명에 대한 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제52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도 승인됐다.

한미약품 정기주총에서도 제15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이 통과됐다.

hanj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