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덮친 불길에 대피도 막혀…화마에 노인들 참변

연합뉴스 2025-03-26 12:00:11

80대 등 고령자 다수…대피 준비하거나 대피 도중 불길·연기에 갇혀

산불로 다수 사상자 발생한 영양 마을 '초토화'

(안동=연합뉴스) 이승형 김선형 기자 = 경북 북동부지역을 휩쓴 화마에 상대적으로 거동과 이동이 쉽지 않은 고령의 노인들 인명피해가 컸다.

26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의성 산불이 밤사이 안동을 거쳐, 청송, 영양, 영덕까지 순식간에 덮치면서 16명이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80대 등 노인이 다수로 주택, 마당, 도로 등에서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 사망자 발생한 차량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에서는 한 요양시설 입소자 3명이 차를 타고 대피하던 도중 차량이 폭발해 숨졌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은 모두 80대로 시설 직원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확산하는 화염으로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했다. 차에는 6명이 타고 있었다.

매정리에서는 80대 부부가 집 앞 내리막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행정당국은 이들이 대피하다가 불길에 갇힌 것으로 본다.

또 영덕 축산면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명이 집에서 매몰돼 숨졌다.

영양 석보면 화매리 한 주택에서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60대 여성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 발생한 차량

석보면에서는 또 이장 내외가 처남댁을 구해 차에 태우고 가다가 변을 당했다. 50∼60대인 삼의리 이장 내외는 60대인 처남댁을 차에 태우고 대피소 방향이 아닌 불길이 치솟는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가 화마에 휩싸였다. 주민들과 행정기관 관계자는 이장이 다른 주민도 구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청송 파천면과 진보면에서는 8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숨졌고 청송 한 도로 외곽에서는 60대 여성이 소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대피를 위해 집을 찾아온 이장이나 행인에게 발견돼 급박한 상황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거나 집을 빠져나왔으나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안동에서는 70대 여성이 주택 마당에서 연기에 질식해 숨졌으며 50대 여성은 주택 마당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산불 폐허 살펴보는 주민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대피를 준비하거나 대피하다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지는 불길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질식이나 화상 등으로 숨진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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