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된장체험장·면사무소로 긴급이송…화마에 대피한 보물들

연합뉴스 2025-03-26 12:00:04

안동 봉정사·영주 부석사 등 사찰 소장 보물 10건·시도유형문화유산 5건 옮겨

피해 8건 확인됐으나 늘어날 수도…오늘 국가유산 피해 현장 조사 예정

가운루 상태 살피는 조계종 관계자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국가유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강한 바람을 타고 이어진 불길에 천년 고찰이 쓰러졌고, 보물급 유산도 대피했다.

국가유산청은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 의성 고운사 등 주요 사찰이 소장한 유물 15건을 옮겼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집계된 것으로, 향후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화마를 피해 옮긴 유물 중 보물은 10건(651점), 시도유형문화유산은 5건(17점)이다.

화마가 휩쓸고 간 천년고찰 고운사

보물로 지정된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은 안동청소년문화센터로 옮겼으나, 이날 중 유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으로 다시 이동할 방침이다. 불상을 올려놓는 받침인 대좌(臺座)는 아직 옮기지 못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에 포함된 사찰 7곳 중 하나인 부석사에서는 보물 고려목판, 오불회 괘불탱을 인근 소수박물관으로 이송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인 조사당 목조의상대사좌상은 된장체험단지로 옮겼다.

산불에 타버린 법당

세계유산에 등재된 또 다른 사찰인 안동 봉정사의 목조관음보살좌상, 영산회 괘불도, 아미타설법도 등 보물 3건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로 옮겨 놓았다.

1622년 당대 최고 기량을 가진 승려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안동 선찰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은 길안초등학교에 잠시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불상 안에서 발견된 복장 유물은 기존에 안동시립박물관에서 보관해 왔다.

영덕 장륙사의 경우, 보물 건칠관음보살좌상, 영산회상도, 지장시왕도 등 3점이 거센 불길을 피해 영해면사무소로 긴급 이송됐다.

의성 산불 확산에 세계유산 안동 봉정사 비상

이날 오전 1시 기준으로 집계된 국가유산 피해는 총 8건이다.

보물로 지정된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는 전소된 것으로 추정되나, 국가유산청은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인 청송 만세루는 전날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전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측은 이날 정오 현장을 찾아 구체적인 피해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북 북부를 중심으로 산불이 번지는 상황이라서 국가유산 피해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이번 산불 사태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모두 18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주택·사찰·문화유산 등도 209개에 달한다.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