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출신 오르가니스트, 내달 2일 롯데콘서트홀서 리사이틀
"오르간은 소련 점령기 '금단의 열매', 꿈이었고 현실 됐죠"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모든 콘서트 오르간은 독특한 소리를 갖고 있고 유일무이합니다. 따라서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해도 모든 공연은 유일하고 특별합니다."
다음 달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라트비아 출신 오르가니스트 이베타 압칼나(48)가 26일 서면 인터뷰에서 내한 공연을 하게 된 소감과 오르간 연주에 관한 생각을 들려줬다.
압칼나는 세계 정상급으로 꼽히는 오르간 연주자다. 2007년 명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연주를 시작으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LA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2005년에는 독일의 그래미상으로 불리는 에코 클래식 상에서 오르가니스트 최초로 '올해의 악기 연주자' 상을 받았다. 2017년부터는 독일의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홀의 상주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압칼나는 "오르가니스트에게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각 오르간의 영혼과 개성을 알아보는 것"이라며 "각각의 오르간 소리가 정확히 어떨지는 직접 연주해보기 전까지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압칼나는 공연 전 많은 시간을 들여 리허설을 한다고 했다. 그는 "특정 오르간에서 연주할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데 적어도 8시간이 필요하다"며 "예술적 비전에 맞는 소리의 조합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작업한다"고 말했다.
압칼나는 피아노를 배우다가 오르간으로 전공을 바꿨다. 어린 시절 엄마가 모아둔 LP를 통해 많은 오르간 연주를 들었지만, 종교 음악에서 주로 활용되는 오르간의 특성상 소련 치하의 라트비아에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악기였다. 1991년 라트비아가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교회의 문이 열렸고 대학에 오르간 학과가 신설됐다. 압칼나의 마음도 오르간으로 쏠렸다.
그는 "피아노 전공생으로 시작했지만, 오르간을 처음 연주한 순간 단 7초 만에 사랑에 빠졌다"며 "소련이 점령하던 시절 금단의 열매였던 오르간이 제 꿈이 되고 현실이 됐다"고 떠올렸다.
압칼나는 바흐와 같은 전통적인 레퍼토리부터 현대 작곡가들의 곡까지 폭넓은 연주를 들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 달 국내에서 처음 여는 리사이틀에서도 바흐의 '파사칼리아 c단조'와 샤콘느,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중 파사칼리아, 야나체크의 '글라고리트 미사' 후주곡, 라트비아 출신 현대 작곡가 페테리스 바스크스의 '순백의 정경' 등 다양한 곡을 선보인다.
압칼나는 "이런 조합이 다소 이색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특이한 것은 아니다"라며 "20세기 작품과 낭만주의 시대 작품, 현대 음악에서도 바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오르간 음악과 바흐의 음악은 모두 명확하고 의미와 음악적 메시지는 동일하다"며 "모두 큰 대비(contrast)에 관한 음악이다. 그들은 빛과 어둠에 관해 말한다. 삶의 방식, 자신을 찾는 법 등 모든 것을 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압칼나는 자신이 연주하는 모든 곡을 사랑한다며 관객에게 특정 부분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마음을 열고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관객들이 선입견이나 특정한 지식을 갖고 오시지 않았으면 해요. 열린 마음과 열린 귀로 오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누구나 자신만의 하이라이트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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