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한국은 민관합동으로 세운 법조공화국이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최근 출간한 '법조공화국'(인물과사상사)에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의 원인은 바로 '법조'라고 말한다. 강 교수는 법의 이름으로 정의를 말하면서도, 실상은 특권과 권력의 통로로 기능한 한국 법조계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법조인들이 어떻게 '성공한 인생'의 상징이 되었는지를 구조적으로 짚는다. 사법시험은 오랫동안 '코리안 드림'의 대표 경로였고, 사법연수원은 '법조 부족주의'를 강화하는 양성소였으며, 변호사라는 직업은 낙선과 공천 탈락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정치적 보험으로 작동한다고 강 교수는 주장한다. 법조인이 정치권을 휩쓰는 것도 이 같은 구조적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강 교수는 한국 사회의 '중앙집권적 구조'가 법조 특권주의를 뒷받침한다고 단언한다. 서열 지상주의 사회 구조 속에서 법조인은 권력의 가장 가까운 곳에 다가가는 집단이 됐고, 대중은 그들을 동경하고 우대하며 특권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다. 강 교수는 법조공화국은 법조인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민과 관이 함께 구축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법조공화국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으로는 '전관예우'를 지목한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누리는 비공식적 영향력은 '법 앞의 평등'을 무너뜨리고 '사법 불신'을 심화시켰다. 강 교수는 윤리도, 법도 무력화시키는 '요술 단어'가 된 전관예우를 '사회 신뢰를 좀먹는 암 덩어리'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전관예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회의원들마저 평소엔 전관예우를 비난하다가도 막상 형사사건에 휘말리면 전관 변호사를 구명줄처럼 여긴다. 강 교수는 역사의 오랜 때가 묻은 전관예우라는 관행을 완전히 없애려면 모든 국민이 강한 문제의식과 함께 인내와 끈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관예우'라는 듣기 좋은 단어 대신 '전관특혜'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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