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욕을 자극하는 사람
- 승부욕이 남다른 선수
- 제 강점은 승부욕
- 승부욕 통했다
- 시험해보고 싶다는 승부욕
승부(勝負)는 이김과 짐입니다. 승부욕은 그러니까 이김과 짐의 욕구 욕망 욕심이 됩니다. 어색합니다. 이기려는, 또는 이기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말에 진다는 말이 섞였습니다. 승부욕을 승리욕으로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일리 있습니다.
그러나 말이 이성일 수만은 또한 없습니다. 이치를 따지면 승리욕 쪽이지만 언중은 여전히 승부욕을 애용합니다. 아니, 오남용한다고까지 말할 수준입니다. 어찌 이김과 짐의 욕심이 남다르고 강점이 되고 시험해보고 싶고, 그럴까요? 입에 붙고 손에 익었으니 쓰고 또 쓰고 자꾸 씁니다. 말의 속성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 낱말 모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라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승리욕은 몰라도 승부욕은 많이들 쓰는데도 말입니다. 예전에 난이도를 두고도 말들이 많았습니다. 어렵고 쉬운 정도가 난이도잖아요. 난이도가 높다고 하면 이게 더 어렵다는 건가요 쉽다는 건가요, 했었지요. 어려운 정도가 심하다고 할 때 주로 썼기에, 그러려면 난도가 높다고 하거나 고난도라고 해야 뜻이 잘 전달되리라 했던 것이지요. 맞춤법 교정기가 승리욕에 더해 고난도를 끊임없이 재생하는 이유입니다.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의 바둑 경쟁을 그린 영화 『승부』가 개봉한답니다. 최고의 기예를 뽐내는 이들이 평소 갈고닦은 실력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양보 없이 다투고 승부를 받아들이는 것은 감동을 주곤 하지요. 깜냥 안 되는 자들의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승부욕에는 인간적인 끌림이 전혀 없지요. 진짜 고수들의 아름다운 승부, 그 자체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문법편)』, 한국교육방송공사(EBS), 2023 (p.189.)
2.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승리욕은 있지만 승부욕은 없다 - https://www.joongang.co.kr/article/3578177 - https://www.joongang.co.kr/article/3578177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