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부분휴전은 즉시 발효…러 위반 땐 美에 제재요청"

연합뉴스 2025-03-26 05:00:03

"러 농산물 수출 돕는 건 제재 약화하는 일…러, 합의 이행할 것 같지 않아"

기자회견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합의한 부분 휴전안은 즉시 발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합의를 어기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기와 제재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중재국 미국과 각각 고위 실무회담을 부분 휴전안에 합의했다.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 보장과 에너지 시설에 대한 30일간의 상호 공격 중단이 골자다.

미 백악관은 이 같은 실무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농산물 및 비료 수출을 위한 시장 접근을 복원하고 항구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합의 효력이 '즉시'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발효 시기를 놓고 러시아가 이견을 드러낸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크렘린궁은 미국이 이번 회담 결과를 발표하자 러시아산 농산물·비료 수출을 가로막은 각종 제약이 풀려야 합의가 이행된다고 입장을 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 농산물 수출에 어떻게 협력할지에 관한 세부 사항을 아직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우리는 이것이 제재의 약화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합의를 어겼을 때 어떤 조처가 있을지가 명시되지 않았고 우리는 합의 위반이 발생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를 제3국이 모니터링하는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튀르키예가 흑해에서 모니터링에 참여할 수 있고 중동 국가들이 에너지 시설에 대한 휴전을 감시할 수 있겠지만 아직 해당 국가들과 논의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향후 러시아와 평화 협정이 맺어질 때 이를 감독할 평화유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두는 방안에 대해서는 "파리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누가 병력을 기여할 준비가 돼 있는지 등에 관한 명확한 답을 얻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론한 회담은 오는 27일 유럽 각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호주, 튀르키예 등 30여개국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전후 우크라이나 평화 보장안을 논의하기로 한 '의지의 연합' 정상회담을 지칭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비판하기도 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21일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와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지가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의 지배를 받길 선택했다고 발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크렘린궁의 메시지와 매우 일치한다"면서 "해당 지역의 주민투표는 러시아의 총구 아래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아무도 이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누구도 이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