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군이 알자지라 방송에 소속된 언론인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연루됐다며 그를 표적 공습으로 살해했다.
25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소속 기자인 호삼 샤바트가 전날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아에서 본인 자동차에 타고 있다가 공습으로 숨졌다.
샤바트는 미리 올려둔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에서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내가 이스라엘 점령군에 살해당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18개월간 전장 취재에 매진했다며 "가자지구 북부의 공포를 매 순간 기록했고, 그들이 묻으려 했던 진실을 세상에 보여주고자 했다"고 썼다.
알자지라는 같은날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현지 매체 팔레스타인투데이의 무함마드 만수르 기자도 이스라엘군 공습에 숨졌다고 전했다. 하마스 측은 이들을 포함해 전쟁 기간 가자지구에서 언론인 총 208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알자지라 기자로 가장한 하마스 테러조직 베이트하눈대대의 저격수 샤바트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작년 10월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가 입수한 하마스 내부 문서를 통해 샤바트가 하마스에서 군사훈련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전쟁 중 그가 군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알자지라와 연관됐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후 주요 사건에 대한 보도를 둘러싸고 대립했다. 이스라엘은 알자지라의 전쟁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한다.
작년 4월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알자지라법'을 제정했고, 같은해 9월 이를 근거로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알자지라 지국을 급습해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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