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스포츠 히잡 금지 논란에 유도영웅 리네르 "시간 낭비"

연합뉴스 2025-03-26 00:00:23

상원, 지난달 관련 법안 승인…하원 심사 남아

프랑스 유도 영웅 테디 리네르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에서 스포츠 선수의 종교 상징물 착용 금지가 추진되는 움직임에 프랑스 '유도 영웅' 테디 리네르가 일침을 놨다.

2024 파리올림픽 2관왕에 오른 테디 리네르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라디오 RMC 스포츠에 출연해 "프랑스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이웃 나라나 다른 문화권의 경기장에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리네르는 "어떤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할 곳에 시선을 돌리게 하려고 특정한 것들을 이용한다"며 "하나의 특정 종교만을 공격하기보다는 평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보수 공화당(LR) 소속 브뤼노 르타이오 내무장관은 25일 쎄뉴스에 "(운동선수로서) 그는 나에게 감동을 줬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그와 정반대 입장"이라며 "히잡은 자유의 상징이 아니라 복종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히잡은 평등의 표시도 아니고 오히려 남녀평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히잡은 여성의 열등한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치권에선 경기장 내 히잡 착용 금지 법안이 논의 중이다.

지난 2월 18일 프랑스 상원은 공인 스포츠 연맹들의 공식 경기(아마추어 경기 포함)에서 종교적 상징물, 특히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공화당 발의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미셸 사뱅 의원은 "스포츠 분야를 중립성이 지켜져야 하는 성역이 되도록 하고 종교법보다 공화국이 우선한다는 것을 분명히 재확인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여자 농구 선수 디아바 코나테

프랑스는 정교분리의 헌법상 세속주의 원칙에 따라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한 정부 기관에서 방문객을 제외하고 히잡 등 종교적 색채를 띠는 복장 착용을 법으로 금지한다.

이 영역을 스포츠계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2016년 프랑스 축구연맹을 시작으로 2022년 농구 연맹, 2023년 배구 연맹, 지난해에는 럭비 연맹이 선수의 히잡 착용을 금지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자국 선수를 대상으로도 종교적 또는 정치적 의미가 있는 장비·복장 착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하원 심사를 남겨 둔 이 법안에 정치권 일각과 이슬람계에서는 종교 차별이자 낙인찍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라디오 프랑스 앵포에 따르면 상원의 사회당 원내대표인 파트리크 카네르 의원은 당시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세속주의 원칙을 반(反) 무슬림 담론에 이용함으로써 혼란과 추측, 고정관념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당 마틸드 올리비에 의원도 히잡 금지가 "직접적이고, 정면으로, 비겁하게 우리나라의 무슬림 여성들을 겨냥했다"고 꼬집었다.

리옹의 이슬람 사원 그랑모스크의 대표인 카멜 캅탄도 르몽드에 "우리가 아무리 이 나라의 시민이 되고 싶다고 외쳐도, 국가 최고 권력자들은 우리가 공공 영역에서 사라지는 걸 보고 싶어 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스포츠는 원래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수단인데 지금은 '이슬람주의 침투'라는 추정적 명분으로 젊은 무슬림 소녀들이 운동에 참여하는 것조차 금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