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그놈은 흑염룡' 혜진양 작가 "'흑역사'도 추억할 수 있길"

연합뉴스 2025-03-26 00:00:18

tvN 동명 드라마 원작자…"차기작은 사극, 직접 그리는 마지막 작품 될 것"

'그놈은 흑염룡'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혜진양 작가가 그린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싸이월드에 올렸던 감성 글귀와 눈물 셀카, 나름 멋을 부려 입었던 그 시절 그 패션. 짧은 사랑에 울고 우정에 고민하던 시절들.

지금 돌아보면 어쩐지 부끄럽고, 아무래도 숨기고 싶은 '흑역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버릴 수 없는 추억이 담겨있다.

tvN 드라마 '그놈은 흑염룡'의 원작 웹툰을 만든 혜진양(본명 허혜진) 작가는 23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미숙했지만, 최선을 다한 경험을 '흑역사'로만 치부하는 것은 최선을 다했던 (과거의)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흑역사'를 소재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상황과 감정에 더 충실했을수록 '흑역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기억되는 것 같아 아이러니했다"며 "그때의 자신과 주변 사람을 추억하면서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때도 좋았어'라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작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그놈은 흑염룡'은 게임을 통해 알게 된 고등학교 3학년 백수정과 중학교 3학년 흑염룡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물쇠 목걸이를 건 중학생 흑염룡이 수정이에게 열쇠를 건네며 "봉인을 풀어달라"고 하는 '흑역사' 그 자체인 장면이 이 웹툰 초반부의 백미다.

작가는 "머릿속에 떠오른 한 장의 이미지에서 작품이 시작되곤 한다"며 "'그놈은 흑염룡'의 경우 (지하철) 혜화역 앞에서 어린 염룡이가 수정이에게 열쇠를 주는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돌이켰다.

이 웹툰은 현재 문가영·최현욱 주연의 tvN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혜진양 작가는 "대본을 읽었을 때 웹툰 속 염룡이와 수정이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며 "특히 1화에서 (아역) 문우진 배우가 연기해 준 어린 염룡이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영상으로 움직이는 흑염룡의 모습이 확실하게 더 괴롭고 재밌었다"고 감상을 전했다.

웹툰 '그놈은 흑염룡'

웹툰과 드라마는 캐릭터와 설정은 같지만 시대적 배경은 다르다. 드라마는 직장인이 된 둘의 재회를 그리지만, 웹툰에서는 2000년대 중반 대학가 자취방에서 만난 둘의 모습을 다뤘다.

작가는 200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이 없었던 시절, 솔직한 표현을 '오그라든다'고 치부하지 않던 시절이어야 둘의 감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특유의 감성과 게임, 오프라인 모임 등은 작가와 주변인들의 경험에서 따왔다.

그는 "인터넷 모임을 하면서 '정모'를 종종 나갔다. 다행히도 만났던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었고, 아직도 꾸준히 만나고 연락하는 친구들이 2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작가 자신은 게임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 '쪼설'이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작가는 "(친구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게임을 정말 열정적으로 했고, 지금은 (프로게임단) T1의 열정적인 팬"이라며 "게임 장면을 그려야 할 땐 이 친구에게 조언을 열심히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쪼설'이 전작 '한줌물망초'에 등장하는 캐릭터 난설희의 모티브라고도 귀띔했다.

작가는 '그놈은 흑염룡' 이전에도 '미호이야기', '한줌물망초', '녹두전' 등 동양풍 웹툰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해왔다.

차기작은 내년에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임신하게 돼 데뷔 후 처음으로 안식년을 갖게 됐어요. 건강하게 출산하고 2026년 중에 차기작을 연재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존 제 작품을 본 분들이 반가워할 사극이고, 아마도 제가 (그림작가로) 직접 그리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아요."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