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 "여전히 라디오 진행이 제일 행복…끝까지 DJ할 것"

연합뉴스 2025-03-26 00:00:15

'배철수의 음악캠프' 35주년…"거짓말하지 않겠다는 마음 지켰죠"

40년만 솔로 앨범도 발매…"음악 생활 정리한 마지막 앨범"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배철수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저도 나이가 들어서 '피곤하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데요. 여섯 시 '땡' 하면 텐션이 확 올라갑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됩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라디오에서는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롤링 스톤스의 '새티스팩션'(Satisfaction)이 흘러나온다. 이어 DJ 배철수(72)가 중후한 목소리로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 출발을 알린다.

35년간 '배캠'으로 청취자들의 저녁 시간을 책임진 배철수는 여전히 이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이야기한다.

배철수는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배캠' 35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배캠'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시간은 애청자뿐 아니라 제게도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며 "나름 대한민국 문화 발전에 조그마한 돌이라도 쌓은 게 아닐까 생각하며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배캠' 35주년 맞은 배철수

'팝 음악 전문 방송'을 표방하는 '배캠'은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 35주년을 맞았다. 배철수는 35년간 한 차례의 진행자 변경 없이 자리를 지킨 덕에 '단일 라디오 프로그램 최장수 DJ'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배철수는 "초창기에는 목소리도 투박하고, 가끔 비속어도 쓰는 괴상한 DJ였다"며 "이런 저를 받아주고 끌어준 MBC 라디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과거 두 차례 '배캠' PD를 맡은 경험이 있는 남태정 총괄PD는 "동양권에서 팝 음악 프로그램을 오래, 꾸준히 제작하는 것은 정말 희귀한 일"이라며 "배철수 선배님의 자기관리와 일관성 덕분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남 PD의 말처럼 배철수는 지금도 매일 오후 4시면 MBC에 출근해 두 시간을 꼬박 라디오 준비에 할애하고 있다. 청취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그는 "청취자로부터 신뢰를 잃는 순간 프로그램은 끝난다"며 "생방송을 하다 보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부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나중에 결국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후배들에게도 거짓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배캠'은 35주년을 맞아 특집 방송을 준비한다. 배철수가 '근속 휴가'를 떠나는 4월에는 후배 뮤지션들이 일일 DJ로 참여하며, 7월에는 음악축제 '롤라팔루자 시카고'(Lollapalooza Chicago)를 찾아 여러 가수를 만날 예정이다.

남 PD는 "역대 MBC 라디오 DJ를 맡았던 뮤지션들이 '배철수와 아이들' 느낌으로 참여한다"며 "옥상달빛, 윤도현, 이루마, 유희열이 일일 DJ로 나선다"고 설명했다.

'플라이 어게인' 발매하는 배철수

배철수는 최근 솔로 앨범 '플라이 어게인'(Fly Again)을 발표하는 기쁨도 함께 누리고 있다. 배철수가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1985년 이후 꼬박 40년 만이다.

앨범에는 MBC 대학가요제 입상작인 '탈춤'을 비롯해 밴드 '활주로'로 발표한 곡과 송골매 초기 작품 등 11곡을 묶었다. 배철수는 그간의 음악 생활을 정리한 이 앨범이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배철수는 "앨범 제목은 '플라이 어게인'이지만 이 음반으로 다시 정상으로 날아보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활동 초창기에 발표한 음악이 사운드도 엉망이고 '엔지'(NG)라고 생각해 왔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녹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철수의 음반 활동은 끝을 맺었지만, 그는 앞으로도 라디오 DJ로 청취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배철수는 지금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배캠'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라는 제 대표곡 제목처럼 끝까지 가보고 싶어요. 청취자들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습니다."

가수 배철수

c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