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56%, 시내버스 67% 오를 때 철도 제자리…누적 적자 21조
한문희 "노후 KTX 교체에만 5조원…정부와 운임 인상 공감대"
(대전=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고속철도인 KTX를 비롯한 간선철도 운임 인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물가가 오르면서 철도 운영비가 크게 늘었고, 노후 KTX 차량 교체 등을 위한 수조원대 투자가 필요한데도 운임이 장기간 동결되면서 더는 경영상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코레일은 사실상의 운임 조정 권한을 가진 정부와도 운임 인상에 대해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인상률과 인상 방식, 인상 시점은 추후 정해질 방침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25일 대전 사옥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2011년 12월 이후 14년째 동결된 철도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여러 자구 노력에도 전기 요금과 임금 등 원가가 크게 오른 데다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비용의 영향으로 재무 건전성에 한계가 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2011년과 비교해 지난해 다른 교통수단 요금은 고속버스(21%↑), 항공(23%↑), 수도권 전철(56%↑), 서울 시내버스(67%↑), 택시 기본요금(100%↑) 등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지수는 27.1% 높아졌다.
그 사이 최저임금은 4천320원에서 9천960원으로 128.2% 올랐고, 코레일이 내는 연간 전기 요금은 2천51억원에서 5천796억원으로 182.5% 불어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전기 요금은 2021년 3천687억원에서 지난해 5천796억원으로 3년 만에 57.2% 올랐다. 올해는 6천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코레일은 전망하고 있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큰 상황이 이어지면서 코레일의 누적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1조원(부채비율 265%)에 달한다. 여기에 붙는 이자가 1년에 4천130억원, 하루 11억3천만원꼴이다.
코레일이 작년 KTX-청룡을 도입하고, 9개 노선을 개통하면서 역대 최대의 여객 매출을 거뒀는데도 영업손실 1천114억원을 기록한 배경이다.
한 사장은 "적어도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낼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하는데, 수입이 많이 늘어 영업 적자 폭은 줄었지만 아직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2004년 도입한 KTX-1의 교체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5조원 안팎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는 점이다. KTX-1은 고속열차 86대 중 53.5%(46대)를 차지하는 기종으로, 2027년부터는 발주가 이뤄져야 기대 수명이 끝나는 2033년께 교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한 사장의 설명이다.
코레일은 KTX 운임은 17%, ITX-새마을 등 일반 철도 운임은 10%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부 연구에서는 정부 지원 없이 KTX-1 대체 차량을 도입하려면 전체적으로 25% 정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률이나 인상 방식, 시점 등은 정부 협의 과정에서 조정될 전망이다. 한 번에 크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인상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철도 운임을 올리려면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한 후 운임 상한을 지정·고시하면 코레일이 상한범위 내에서 운임을 국토부에 신고하게 돼 있다.
한 사장은 "정부와도 운임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14년간 조금씩 올려왔으면 국민의 충격이 덜할 텐데 늦어질수록 일시에 인상률이 높아질 수 있어 코레일도, 정부도 빠르게 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KTX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철도 안전과 서비스를 향상하고 공공성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