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이어 기업들 대미투자 '속도'…관세 장벽 대응

연합뉴스 2025-03-26 00:00:10

삼성·SK, 美반도체 공장 계획대로 추진…포스코, 철강 관세 피해 투자 검토

준공식 앞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아람 기자 =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미국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이 관세 장벽에 대응해 고율 관세를 피하면서 '장사꾼' 기질을 갖춘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생존을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대 속에서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새 투자 계획에는 현대차의 완성차 생산 체계 확대,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생산용 전기로 신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협력 등이 포함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투자 발표 행사에서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크게 만족하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대통령을 흡족하게 하는 선물 보따리를 건네면서 앞으로 다른 기업들도 추가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지 이목이 쏠린다.

현재 대미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업계로는 반도체가 꼽힌다. 현재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를 확대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미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 건설에 삼성전자는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SK하이닉스는 38억7천만달러(약 5조6천억원을)를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지어 2028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두 회사는 일단 미국 투자 계획을 변함 없이 그대로 추진하되 통상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면서 다각도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있다.

다만 신규 공장을 설립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절차가 까다로워 업계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공장 증설에 추가로 자금을 대거 투입하기보다는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등이 대응 방안으로 거론된다.

포스코도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대해 관세장벽을 높이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에 '상공정' 분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공정은 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반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투자로 인한 자금 소요로 경영에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현대차 공장 및 미국 거래선에 안정적으로 철강을 공급할 수 있어 사업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3조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조달 자금을 미래 투자에 투입하겠다면서 이 가운데 8천억원은 미국 시장 등을 겨냥한 해외 조선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추진하는 것을 기회로 보고 지난해 한화오션, 한화시스템을 통해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한다.

아울러 최근 단행한 호주 조선사 오스탈 지분 투자처럼 해외 조선 시설 및 지분 투자도 적극 검토한다.

오스탈은 미국 함정 시장에서 소형수상전투함 부문 시장점유율이 40%에 달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미국에도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의 항공기와 GE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도입에 속도를 내기로 하고, 최근 '3사 협력 강화'에 서명했다.

먼저 대한항공과 보잉은 2033년까지 보잉 777-9 20대, 보잉 787-10 20대를 도입하고 향후 비슷한 조건으로 항공기 10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또 대한항공과 GE에어로스페이스는 총 78억달러(11조4천억원) 규모의 예비 엔진 8대(옵션 엔진 2대 별도) 도입과 보잉 777-9용인 GE9X 엔진 정비 서비스 협력을 조속히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