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는 신라 의상이 창건한 고찰…조선시대에도 불타서 중수

연합뉴스 2025-03-25 20:00:09

보물 3점 중 전각 2채 소실 우려…석조여래좌상은 옮겨

번창했던 때 200명 넘게 상주, 현재는 규모 작은 교구 본사

경북 의성 고운사 현장 모습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경북 일대를 덮친 산불에 소실 위기로 내몰린 고운사(孤雲寺)는 창건한 지 1천3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천년고찰이다.

25일 불교계에 따르면 고운사는 해동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가 만든 여러 사찰 중의 하나로 신라 신문왕 원년인 서기 681년에 창건됐다. 당시에는 '높을 고'를 써서 '고운사'(高雲寺)로 명명했다.

이후 신라 말기 최치원이 승려인 여지·여사와 함께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립한 것을 기념해 '고'자를 자신의 호인 고운(孤雲)에 사용된 '외로울 고'로 변경했다. 가운루는 조선 시대에 중수됐다.

고운사가 불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803년(순조 3년), 1835년(헌종 1년) 화재로 고운사의 건물들이 소실돼 사찰을 대대적으로 중수한 기록이 있다.

'재난'

고운사는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불교 31총본산의 하나였고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로서 의성·안동·영주·봉화·양양 등에 있는 약 60개의 사찰을 관장하고 있다.

번창했던 시기에는 200여 명의 대중이 상주했으나 지금은 상주 인원이 20여명 수준으로 교구 본사 중에서는 비교적 작은 편이다.

대웅전·극락전·관음전·명부전·금강문·가운루·적묵당·우화루·동별실·서별실·금당·회운당·고운대암·고금당 등의 건물이 있다.

고운사 석조여래좌상

주요 국가유산으로는 연수전(延壽殿), 가운루(駕雲樓), 석조여래좌상(石造如來坐像) 등의 보물 3점이 있다. 이 밖에 삼층석탑과 같은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 및 불상, 불화, 고서 등 비지정 유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연수전과 가운루는 전각이어서 옮기지 못하고 이번 화재에 소실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가운루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장방형 평면에 팔작지붕 형식을 갖춘 사찰 누각으로 조선 중·후기의 건축적 양식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의성 산불에 옮겨지는 문화유산

건립 시기는 문헌 사료에 비춰보면 1668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여러 차례 부분적인 수리를 했음에도 심한 훼손이나 변형 없이 제 위치를 유지했으나 이번 화재로 크게 훼손되거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탔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연수전은 영조(1694~1776)와 고종(1852~1919)이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인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고운사 경내의 유일한 왕실 건물이다. 조선 국왕의 기로소 입소를 기념하는 건축물로서는 원형을 유지한 유일한 사례여서 가치가 컸으나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흰 천에 덮인 고운사 불상

불길을 피한 석조여래좌상은 불상을 올려놓는 받침대인 대좌(臺座)와 인물의 성스러움을 표현하는 원광인 광배(光背)를 갖추고 있으며, 손상이 거의 없는 완전한 불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운사 측은 산불이 번지는 가운데 석조여래좌상을 사찰 외부로 옮겼고 불상, 불화, 고서 등 비지정 유형문화유산은 영주 부석사 성보박물관으로 보냈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