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 "투기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해 걱정"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그룹의 고위 인사가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건설에 버블 조짐이 있다면서 특히 미국 내 투자 분위기에 대해 경악했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 이사회 차이충신(조지프 차이) 의장은 이날 홍콩에서 열린 HSBC 글로벌 투자 서밋 행사에 참석해 데이터센터 건설이 AI 서비스 초기 수요보다 많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일종의 버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일부 프로젝트는 활용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투기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서 걱정되기 시작했다"면서 "수십억 혹은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나타나고 펀드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미국을 겨냥해 "미국에서 나오는 AI 투자 관련 수치에 대해 여전히 경악하고(astounded)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은 말 그대로 5천억 달러(약 734조원)나 수천억 달러를 말하는데, 나는 그런 자금이 전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어느 정도는 현재 수요에 앞서 투자하고 있는데, 훨씬 큰 수요를 추정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투자공고 다수는 중복·중첩된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미국에서는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오픈AI·오라클과 함께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만들고 향후 4년간 5천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도 AI 인프라 구축에 각각 1천억 달러(약 147조원), 750억 달러(약 110조원), 650억 달러(약 95조원) 수준을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동안 AI 시장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미국 빅테크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지난 1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성공 이후 미국 AI 투자의 버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금융업체 'TD 카우언'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데이터센터 임대를 취소한 것을 근거로 장기적인 수요보다 많은 AI 컴퓨팅 능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MS는 이를 일축하기도 했다.
딥시크가 서방 모델보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성능은 비슷한 AI 모델 'R1'을 내놓으며 시장에 충격을 준 가운데,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례적으로 민간 기술기업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업들의 투자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중국 당국의 인터넷 기업 규제 '본보기'가 됐던 알리바바는 지난달 AI 분야 올인을 선언하며 향후 3년간 클라우드·AI 인프라에 3천800억 위안(약 76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
bscha@yna.co.kr